[스포트라이트]
반짝반짝 빛나는, <제니, 주노>의 박민지
2005-02-25
글 : 박혜명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열다섯살 중학생 커플이 실수로 아이를 가졌다는 얘기를 담았지만 영화 <제니, 주노>는 두 주인공 소년, 소녀의 맑고 활기찬 얼굴과 아기자기한 방안 풍경을 더 많이 비춘다. 주인공 제니 역의 박민지는 화면 안에서보다 훨씬 밝고 화사한 기운을 가졌다. 열일곱살 소녀의 작은 몸집에서는 1m 거리를 두고 마주 앉은 사람에게도 느껴질 만큼 뜨거운 체온이 훅훅 뿜어져나오고, 윤기나는 동그란 눈매에서는 꾸준히 마주 응시하기 버거울 정도로 반짝반짝 빛이 솟는다.

잡지모델을 하다 <제니, 주노>의 주연으로 발탁된 박민지는 크랭크업 뒤 얼마 동안 “개봉 언제 하나” 하는 지루함을 더 많이 느꼈다고 했다. “물론 떨리죠. 개봉 때가 되니까 조금씩 그런 거 같아요. (웃음) 아쉬움도 많고. 그래도 촬영 초반에 찍은 것보다는 나중에 찍은 게 좀 나아 보이기도 하고. 100% 만족이야 못하죠. (웃음) 여러 가지 생각이에요.”

<어린 신부>를 연출한 김호준 감독의 <제니, 주노>는 간혹 민망할 만큼 속옷차림의 제니 모습을 비추곤 한다. 그 속옷이 비록 원색 계열의 귀여운 무늬를 가졌다 해도, 속옷은 속옷. 2차성징을 시작한 성숙한 몸이 드러나는 게 부끄럽지 않았느냐고 묻자 박민지는 조금 차분하게 준비한 대답을 또박또박 들려준다. “촬영 들어가기 전엔 그것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촬영하면서 감독님하고 얘기를 많이 했었다고 했잖아요. 제니가 속옷 입고 누워 있으면 침대 옆엔 장난감도 있고 천장엔 모빌이 붙어 있고 하니까, 그 나이 또래 같은 귀여운 느낌이 있고 또 집 안에서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감독님 말씀도 그랬지만 찍으면서 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학원에서 연기 수업을 받긴 했지만 <제니, 주노>는 그가 카메라 앞에서 난생처음 연기를 하게 된 영화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노는 것이 즐거웠단다. 낯설고 서툰 모든 것들에 대해 긴장감을 털어놓기에 이 소녀는 타고난 낙천성의 힘을 많이 빌려 살아가는 것 같다. “연기연습은 집에서 많이 했고 현장에 와서는, 놀았죠.(까르르)” 건강한 소녀 박민지가 촬영 중 가장 속상했을 땐, 당연히 연기가 뜻대로 돼주지 않을 때이기도 하지만, “뾰루지가 났을 때”다. “속상하잖아요. (웃음) 평소에 잘 나는 얼굴도 아닌데. 것도 여기저기 자리까지 옮겨가면서 나더라고요.”

박민지는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원래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라면 식탐이 많아요”라는 그는 삼남매 중 장녀다. 승부욕이 강하지만 “원래 승부욕이라는 것도 자기가 어느 정도 하니까 생기는 거”라며 자기가 재능있는 미술과 체육만 전교 1등을 여러 번 해봤다고 웃는다. 엄마로부턴 “너는 역마살 끼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집 안에 있는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누가 봐도 예쁘고 말 잘하고 건강한 소녀. 이 소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영화를 하고 싶다”고 또렷하게 대답했다. “드라마는 좀더 나중에 하려고요. 영화보다 더 어려울 거라고 들었어요. 저는 아직 신인이고 연기도 많이 부족한데, 드라마는 대본도 당일날 나오고 대사 외우는 것도 정신없다 그러더라고요. 근데 영화는 오랜 시간을 두고 하니까 감독님하고도 촬영하기 전에 얘기도 많이 할 수 있고, 뭔가 자기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거 같은데, 드라마는 안 그럴 거 같아서요. 솔직히 나이가 아직 어리기도 하고요. 우리 나이 또래에서는 (드라마를 하면) 누구의 아역 정도에 그치기 쉽잖아요.” 똘똘함까지 갖춘 사랑스러운 소녀. 그녀의 솜털이 다 가시기 전에 저 햇살 같은 기운을 꼭 재회할 수 있기를.

의상협찬 Olive·스타일리스트 강미경·헤어 및 메이크업 김청경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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