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에 사는 경찰이 자신의 권총이 사라진 걸 알게 된다. 이후 그가 사라진 총을 찾기 위해 악전고투한다는 설정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들개>와 비슷하지만, <사라진 총>은 <들개>와 달리 사회의 밑바닥을 해부하는 데까진 이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주연을 맡은 장원과 검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귀신이 온다> 이후 중국 내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장원이 앞으로 검열과 싸워야 할 후배 독립영화 감독에게 베푼 염려와 타협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가장 큰 매력 또한 그에게서 나온다. 그의 무게가 영화 전체를 받치고 있으며, 남자가 읽는 아들의 일기와 아들과의 관계에서 <햇빛 쏟아지던 날들>이,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치닫는 사건과 알싸한 느낌을 주는 죽은 자의 표정에선 <귀신이 온다>가 떠올려진다.
반면 신인감독은 뛰어난 스타일 속에 재기를 드러낸다. 빠른 편집, 세련된 록 사운드, 춤추는 카메라, 과장된 연기, 실험적인 영상과 아찔한 구도를 과감하게 뒤섞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잃지 않은 연출이 인상적이다. 물론 다른 왁자지껄한 영화들과 비교하면 <사라진 총>이 그렇게 새로운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예술영화와 대중영화 사이에 놓인 작품으로 충분히 낯설고 신선하다. 체제의 이전을 경험하고 있는 중국사회처럼, <사라진 총>의 모습은 마치 과도기에 탄생한 변종 같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지금까지 소개된 중국영화의 DVD 중 최상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