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대신 인력을 투자받은 독특한 상업영화 <썬데이 서울>이 2월13일 촬영을 시작했다. <품행제로> <S 다이어리>의 박성훈 프로듀서가 제작과 공동연출을 맡은 <썬데이 서울>은 25억원 정도가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영화. 그러나 스탭과 배우들이 영화가 개봉한 뒤에 수익이 나면 분배받는 조건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소빅창업투자가 내놓은 7억원만으로 제작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시나리오를 완성한 박성훈 감독은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는 마음을 터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고작 한달 사이에 인력을 정비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박성훈과 박지원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하는 <썬데이 서울>은 두 청년이 목격한 세 가지 사건으로 구성된 일종의 옴니버스영화다. 동족을 찾아야 하는 늑대인간 소년, 음산한 저택에 살고 있는 귀신 가족,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공을 연마하는 청년. 제각기 장르와 재미가 다른 이야기지만 상업영화로 제작하기엔 무리가 있는 스토리였다. <썬데이 서울>의 공동제작을 맡은 씨앤필름 대표 장윤현 감독은 “상업영화와는 다른 토대에서 출발하는 영화”라면서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모였다는 데서 건강하고 희망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썬데이 서울>에 참여하는 배우들은 봉태규와 이청아, 김추련, 정소녀, 박성빈 등이고, <S 다이어리>의 김훈광 촬영감독,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이주생 조명감독 등이 주요 스탭이다. <S 다이어리>의 권종관 감독,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용이 감독 등도 조연으로 참여할 예정. 열성에 설득당한 인쇄소까지 대부분 인쇄물을 수익이 나는 순간까지 무료로 제작해주기로 했다. 필름 중에서 2만자 정도도 무상으로 제공받은 물량. 전북 진안군에서 제작비 5천만원을 지원받기도 한 <썬데이 서울>은 3월 말에 촬영을 끝내고 8월경 개봉할 예정이다. 아직 영화의 완성도는 점칠 수 없겠지만 재능과 열의를 가진 영화인들만은 충분히 눈여겨볼 가치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