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례 감독이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작업을 결심한 것은, 혼자 힘으로 6남매를 키워낸 어머니에게 찾아온 황혼의 사랑을 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4개월의 촬영과 반년간의 편집을 거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완성된 <엄마…>의 주인공은 류미례 감독과 그의 어머니, 어린 딸 하은, 그리고 러시아에 살고 있는 셋째언니이며, 영화는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을 생각하면서 끝을 맺는다. 구성원간의 상처를 보듬는 시선이 돋보이는 이 작품을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 완성한 류미례 감독. 영화와 똑 닮은 따스한 미소의 소유자인 그는, 1998년 푸른영상에 들어간 뒤 정신지체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룬 <나는 행복하다>를 비롯한 두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한 바 있다.
-가족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작업은 대상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는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푸른영상에 들어간 직후, 가족들을 소재로 <6남매>라는 실습작을 만들었다. 그때 한차례 겪은 터라 가족 모두 카메라에 대한 경계심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가 여성영화제에서 옥랑상을 받으면서, 모두가 힘을 합쳐 도와주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어려운 건 편집이었다. 사건을 중심으로 편집을 하다보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가족 구성원의 캐릭터를 왜곡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더라. 내가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0분짜리 테이프 200개를 촬영했다던데.
=촬영 스탭도 없이 혼자서 찍었는데, 첫아이인 하은이도 보고, 집안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찍은 적이 많았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셋째언니와 처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때였기 때문에 넋을 놓고 찍었던 것 같다.
-편집을 하면서 애초의 의도를 많이 수정했다고 들었다.
=인터뷰가 중심이 된 작품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출산에 쫓기던 작업 막판, 김동원 감독님은 자꾸만 편집을 다시 하라는데, 배는 불러오고… 정말 막막했다. 지금도 전반부에 비해 지루하게 느껴지는 러시아 분량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다.
-영화에서 보니 하은이랑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이더라.
=지금도 별로 안 좋다.(웃음) 둘째가 생기고 나서 더 그런 것 같고. 그래도 완성된 영화를 볼 때는 좋아한다. 편집할 무렵에는 집에서 거의 틀어놓다시피했더니 대사며 음악이며 다 외운다. 편집이 바뀌면 왜 그 장면을 뺐냐고 물어보기도 하더라.
-앞으로 계획은.
=오는 9월부터 둘째를 놀이방에 맡길 생각이다. 그때부터는 일단 푸른영상에서 작업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프로젝트를 도울 예정이고, 개인적으로는 성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