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출신의 도발적인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이제 막 완성한 <맨덜레이> (Manderlay)에서 당나귀가 도살되는 장면을 삭제했다고 <AP>가 보도했다. 문제의 장면은 동물보호협회들로부터 원성을 샀던 장면이다. 그렇다고 라스 폰 트리에가 동물보호론자들의 뜻에 따른 것은 아니다. 감독은 “도살장면이 잔인해서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에 대한 관심을 흐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 삭제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덴마크의 몇몇 동물보호단체에 보낸 서한에서도 “동물 보호에 대해 내 양심은 전혀 거리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사 젠트로파는 지난해 문제의 장면을 촬영한 후로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항의 서한을 300여통이나 받았다고 3월3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출연하기로 했던 배우 존 C. 라일리는 당나귀를 실제로 도살하는 장면이 포함된다는 것에 격분해서 도중하차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리에는 이런 항의가 자신의 영화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내가 ‘눈요깃거리’를 위해 당나귀를 도살했다고 주장하지만, 누구도 내 영화를 ‘눈요깃거리’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맨덜레이>는 트리에의 미국 3부작 중 <도그빌>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1930년대 미국 공황기를 배경으로 한 내용이며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대니 글로버 등이 출연한다. 올여름쯤 유럽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