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옥랑상 수상작 다큐 두편 개봉 <봄이오면> · <엄마>
2005-03-04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엄마>

야속했던 엄마의 모습이 나한테…

<엄마>

해마다 서울여성영화제가 선정하는 옥랑상 수상작인 <봄이 오면>(정수연 감독)과 <엄마>(류미례 감독)가 3월4일 개봉한다. 옥랑상은 여성감독들의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제도로 1,2기 수상작인 두 작품은 각각 2003, 2004년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첫공개됐다. 2003년부터 <영매>, <송환> 등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해왔던 하이퍼텍 나다가 올해부터 시작한 ‘다큐 인 나다’ 시리즈의 두번째 개봉작이며 예술전용관 네트워크인 아트플러스의 배급으로 서울 씨어터 2.0과 대구 동성아트홀에서도 함께 개봉한다.

<봄이 오면>(25분)은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사는 나이든 두 자매의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미국에 유학중이던 감독은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이모 할머니를 처음 만나 한국에 계신 외할머니에게 편지를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든 일곱 여동생이 아흔의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어린 시절 공기놀이를 하고 함께 바느질을 배우며 자란 자매이지만 거동도 불편하고 사는 곳도 너무 떨어진 탓에 만남을 기약하지 못 하고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는다. 카메라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두 할머니의 일상과 회상을 기록한다.


<봄이 오면>

쓸쓸한 노년, 그리움만 쌓이네

<봄이 오면>

<봄이 오면>에는 늙어가는 것에 대한 감독의 애틋한 연민이 드러난다. 카메라는 친구도 없이 혼자 늙어가며 죽음조차 감정적 동요없이 응시하게 되는 노년의 쓸쓸한 풍경을 차분하게 담는다. 귀가 어두워 전화통화도 할 수 없는 할머니는 감독의 아이디어로 카메라에 ‘영상편지’를 보낸 여동생의 비디오를 보면서 화면과 대화한다. 두 할머니는 ‘봄이 오면’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지만 그 기약이 이뤄지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다. 언니인 윤계인 할머니는 <봄이 오면>이 첫상영되기 전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봄이 오면>이 말 그대로 소통의 도구로 카메라의 역할을 환기시킨다면 <엄마>(50분)는 작가가 준비한 틀을 부수고 스스로 확장하는 다큐멘터리의 유기적 특성을 보여준다. <엄마>는 엄마에 대한 애증에서 출발한다. 감독의 엄마는 사십대 초반 남편을 잃고 6남매를 키우면서 ‘장한 어머니상’을 두번이나 탄 엄마지만 술과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 자식들을 당혹하게 하기도 한다. 자식들이 모두 장성하고 독립한 엄마의 ‘연애’선언에 다시 자식들은 마뜩지가 않고 불안하기만 하다.

엄마의 연애담을 따라가려던 카메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초점을 엄마에서 그 딸들, 그리고 딸들의 딸들에게로 옮겨간다. 6남매 가운데 가장 똑똑했던 셋째 언니가 러시아에 유학갔다가 결국 다시 딸들을 키우는 ‘엄마’로 살아가는 모습에는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것, 변하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공감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또한 감독은 아이를 떼놓고 카메라를 잡는 자신에게서 어린 시절 그렇게 섭섭했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며 엄마-딸 관계, 그리고 엄마, 외할머니같은 가족 관계망에서 벗어나 여성으로 살아가기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녹여넣는다. 4일 개봉.

사진 동숭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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