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사돈이 너무해, 해외신작 <미트 페어런츠2>
2005-03-07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간호사 그렉(벤 스틸러)이 전직 CIA 요원인 장인 잭 번즈(로버트 드 니로)에 맞서 결혼 승낙을 얻어내고 4년이 지났다. 마음을 놓을 때도 됐겠지만, 결혼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렉은 노인 전문 섹스 테라피스트인 히피풍의 부모 퍼커 부부(더스틴 호프먼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신기술 RV 차량을 타고 나타난 번즈 부부에게 소개해줘야 한다. 부전자전이라. 완고한 잭은 사윗감보다도 마음에 안 드는 사돈 부부의 행각을 지켜보며 말문을 막힌다.

<미트 페어런츠2>는 잭이 전편에서 한탄했던 한마디에서 시작된 영화다. “도대체 어떤 부모가 자식 이름을 게일로드 퍼커(Gaylord Focker: 그렉의 풀네임)라고 짓는 거지?” 남자가 간호사나 하고, 고양이도 싫어하고, 소심한데도 실수는 그치지를 않고. 사윗감이 마뜩찮은 잭은 “청출어람이 청어람”이라는 옛말을 뒤집고 아들보다 분방하며 강아지를 사랑하는 버니와 로즈 퍼커 부부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것이 <미트 페어런츠2>가 노리는 웃음의 핵심일 것이다.

<미트 페어런츠>에서 연약해 보이는 벤 스틸러와 부딪쳤던 로버트 드 니로는 이번에 비슷하게 육중한 무게감을 지닌 동세대 배우 더스틴 호프먼을 맞아들였다. 까맣게 선탠한 상체를 드러내고 피서지에서나 볼 법한 셔츠를 입은 버니는 레고블록처럼 네모난 잭 앞에서도 세상만사가 즐거운 강적. 여기에 <로즈 앤드 그레고리> 이후 8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그렉이 사기친 대로 의사는 의사이되 노인 섹스 상담을 업으로 삼는 로즈로 가세했다.

전편의 감독과 작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도 믿음이 가는 요소다. <오스틴 파워> 시리즈를 만든 제이 로치는 <미트 페어런츠> <폴리와 함께> <쥬랜더>로 벤 스틸러와 호흡을 맞춰온 작가 존 햄버그를 비롯해 무려 다섯명의 작가를 정식 크레딧에 올렸다. 막강한 남자들의 캐릭터가 부딪치는 영화인 만큼 캐릭터 창조에 투입된 작가만 해도 두명. 속편에 내리는 불운을 벗어난 <미트 페어런츠2>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에서 개봉해 3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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