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파리] 아마추어의 영화만들기 다룬 영화 <시네아스트>
2005-03-09
글 : 차민철 (파리 통신원)
아마추어 영화도 힘이 세다

2월26일 파리에서 열린 제30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프랑스는 다시 한번 매너리즘을 거부하는 영화들을 선택했다. 특히 최근 프랑스 영화계의 중요한 쟁점이 된 앵테르미탕(비정규영화스탭) 문제가 이번 세자르 행사에서 다시 거론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파리의 극장가에는 색다른 영화 한편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 영화는 프레데릭 소이체 감독의 <시네아스트>(Cineastes a tout prix)로, 주류 상업영화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는 영화와 그 작업과정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에서 아마추어 영화가 차지하는 자리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크고 작은 영화제나 영화관련 행사들을 통해 프랑스 전역에서 아마추어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예컨대 지난 2월 한달 동안 프랑스에 열린 아마추어영화페스티벌만 해도 5개가 넘는다. 아마추어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프로페셔널리즘을 거부한 채 자신들의 영화가 관객과 쉽게 만나기를 바란다. 따라서 최근 프랑스에서도 찬반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인터넷 다운로드 문제에 있어 아마추어 시네아스트들은 자신들의 영화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현재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마추어 영화들을 볼 수 있다. 아마추어 영화는 그 작업과정에서 여러 한계에 부딪힌다. 그리고 그러한 한계상황들이 오히려 주류 상업영화의 정형화된 규칙들을 초월하는 새로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디지털 비디오 테이프 한개의 가격을 상징으로 하는 ‘9.99유로 영화제’(Film a 9,99 Euros)라는 제목 아래 3월4일까지 진행되는 이 이벤트는 3분 미만의 디지털영화로 주어진 주제를 주어진 기간 내에 만드는 것이다. 출품된 영화들 중 선정된 작품들은 오는 10월 열리는 보르도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창작에의 의지, 주류 규범의 거부, 작업과정의 한계 등은 영화에 있어 아마추어리즘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들이다. 뤼미에르 형제의 시도에서 알 수 있듯,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 직원들의 퇴근 모습을 찍은 <뤼미에르 공장 노동자의 퇴근>, 딸이 기차역에 도착하는 모습을 촬영한 <시오타역의 기차 도착> 등 영화는 가족과 주변의 모습을 담으려는 아마추어적 시도에서 탄생한다.

“프로페셔널처럼 영화를 만들려는 아마추어들이 있다. 나는 아마추어처럼 영화를 만들려는 프로이다.”-장 콕토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