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윤이상(1917~1995)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2월 말 윤이상평화재단(이사장 박재규)의 설립 기자회견 때 언급된 고인의 영화화 작업은 엘제이필름의 이승재(41) 대표가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프로젝트이다. 3년 전 중국 선양에서 개최됐던 윤이상음악제 때 이 대표가 고인의 부인인 이수자 여사를 찾아가 만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윤이상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 독일 영화계에서는 영화화 논의가 많았지만 감독이나 작업의 중심축은 한국인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이 여사의 견해였던 만큼 처음 뵙고 말씀을 드렸을 때 호의를 보이셨고, 베를린으로 초대를 받아 그 곳에서 고인의 생전 이야기를 들으면서 프로젝트를 협의하게 됐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베를린에 다녀온 직후 한 정부 기관으로부터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말을 들었지만 그 이후 계속 유족들과 연락을 하면서 고인의 자료를 모아왔고 윤이상평화재단 출범과 함께 진행이 가속화됐다. 최근 발간된 자서전 제목을 따 <상처받은 용>이라는 가제를 붙인 이 프로젝트는 80억원이라는 중대형 제작 규모로 독일과 일본이 합작 형태로 참여해 일부 투자를 하기로 확정됐으며 한국쪽 배급은 씨제이엔터테인먼트가 맡기로 정해진 상태다.
“유족들과 좀 더 협의를 해야겠지만 윤이상의 일대기를 따라가기보다 뛰어난 예술가의 음악적 삶이 동베를린 사건이라는 일그러진 현대사와 맞물렸을 때 만들어지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는 게 기획의도이다. “한국관객뿐 아니라, 한국보다 윤이상이라는 이름을 더 잘 알고 있는” 해외관객들에게도 공감대를 끌어내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구상이다. 해외 시장도 염두에 두고 독일과 일본 제작진과도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연출력 있는 감독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주인공인 윤이상 역은 40대 전후의 남자배우로 이른바 톱3 가운데 한명이 될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귀띔이다.
윤이상의 삶의 족적을 담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독일 뿐 아니라 북한에서의 촬영도 필수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윤이상연구소 운영을 직접 관여했을 만큼 북한에서는 영화에 호의적인 데다가 현재 연구소를 직접 관리하고 있는 이 여사가 영화에 참여하기 때문에 북한 현지 촬영의 어려움은 전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영화에 삽입되는 윤이상 선생의 음악들은 오랫동안 윤 선생의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해온 윤이상연구소 소속 북한 관현악단이 직접 출연해 연주하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안으로 감독과 캐스팅을 확정해 내년 촬영에 들어가게 되는 영화 <상처받은 용>은 2007년 국내외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