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10대의 섹슈얼러티 다루는 올해 여성영화제
2005-03-14
글 : 박혜명
4월8일부터 제7회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은 루크레치아 마르텔의 <홀리 걸>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

서울여성영화제가 지난 3월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곱 번째 영화축제의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오는 4월8일부터 15일까지 신촌 아트레온 극장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제7회 서울여성영화제는 메인 섹션인 ‘새로운 물결’ 등 총 7개 섹션에 걸쳐 27개국 90여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개막작은 아르헨티나 여성감독 루크레치아 마르텔의 <홀리 걸>. 올해 서울여성영화제는 세계 변방의 여성영화들과 페미니즘 영역의 가장 뜨거운 화두 속으로 각각 시선을 배분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10대들의 섹슈얼리티와 성정체성을 논하는 ‘영페미니스트포럼’ 섹션. 프로그래밍을 맡은 권은선 프로그래머는 “10대들의 성문제는 사회적으로 더이상 비가시적이지 않고 페미니즘 영역 안에서도 하나의 중요한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주제를 택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진보적 성향의 작품들보다 10대들의 일상에 근접해 있어 10대들이 공감할 법한 영화들을 더 많이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뮤직비디오 형식의 <워킹 걸>, 레즈비언 소녀들의 성정체성 형성 과정을 자전적으로 담아낸 <걱정마, 잘될 거야> 등 중·단편을 중심으로 11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여성영상공동체’도 영화제 기간 중 뜨거운 이슈를 제공할 섹션. 서울여성영화제의 모든 섹션을 통틀어 가장 예민한 안테나와 가장 진보적인 표현양식을 허용하는 이 섹션은 올해 아시아 지역의 성매매 현실을 화두로 제시한다. 아버지에 의해 강요되는 성매매 세습을 다룬 인도 작품 <고속도로의 창녀들>, 한국의 미군기지촌에서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마마상’을 소재로 한 <마마상> 등 총 9편의 상영작 가운데 6편이 그에 해당한다. 모두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또 이번 영화제는 아프리카, 그리스, 터키, 체코 등 변방국가의 여성영화들을 많이 소개한다. 감독특별전의 인물은 체코 뉴웨이브의 기수로 불리는 여성감독 베라 히틸로바이며, ‘이슬람 문화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라는 부제의 터키영화 특별전도 마련됐다. 배우 로잔나 아퀘트가 만든 다큐멘터리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올해 오스카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 등 메인 섹션인 ‘새로운 물결’에 여느 해보다 많은 편수의 다큐멘터리가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축제의 중심지를 지난해부터 신촌으로 옮기면서 좀더 많은 관객과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서울여성영화제가 제7회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인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기자회견 마지막에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터키여성영화제를 방문한 이야기를 꺼내며 “진보적 사상을 담은 책을 읽고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을 경계해왔지만 막상 그곳에 갔을 때 내 자신이 얼마나 서구중심주의적인 태도에 젖어 있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말해, 이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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