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메디치가는 정부와 다국적 대기업이다. BMW 그룹 코리아가 신차 모델 출시에 맞춰 3월9일과 10일 이틀 동안 하얏트호텔에서 인터넷 단편영화 <BMW 스토리 시사회>를 열었다. 김기덕, 김성수, 차은택 감독이 각기 다른 주제로 만든 단편영화 3편과 더불어 막간 퍼포먼스 행사도 곁들인 성대한 신차 발표회였다. 수백명의 자동차 담당 기자가 운집해 행사장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젠 자동차도 예술로 포장해 팔아야 하는 시대다.
8분 분량으로 만든 김기덕 감독 작품은 ‘혁신’(Innovative)을 주제로 한 <고백>이었다. 인기스타 조한선의 포스터를 엽기적으로 훼손시키는 여성 스토커 이야기. 눈쌓인 갈대밭을 BMW가 달리는 장면은 <사마리아>의 겨울버전처럼 보였다. 김기덕 감독은 “처음 만든 단편영화다.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활>의 편집을 마치고, 이틀 동안 일산과 파주 일대에서 찍었다.
‘다이내믹’(Dynamic)을 주제로 한 김성수 감독의 <배틀 러브>는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이 알고보니 무술고수였다는 반전이 꽤 유쾌하고, 눈을 안대로 감고 싸우는 장면이 박진감 넘친다. 김기덕 감독과 김성수 감독은 어쩌면 그렇게 다이내믹하게 찍을 수 있느냐, 어떻게 그렇게 빨리 찍으면서도 좋은 질을 갖출 수 있느냐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잘 알려진 차은택 감독은 ‘미학’(Aesthetic)의 주제를 선택해, 감각적인 작품 <상>(像)을 선보였다. 세편 모두 10분 안팎 분량이며 제작비는 편당 1억원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동차 회사는 영화 및 뮤지컬과 퍼포먼스 등으로 신차의 주제를 감각적으로 형상화해 발표하고 있다. 삼성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신차를 홍보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발레 공연을 곁들였다. BMW 그룹은 일찌감치 영화에 눈을 돌려 BMW 필름(www.bmwfilms.com) 자회사를 두고 2001년 데이비드 핀처와 왕가위, 오우삼 등에게 연출을 맡겨 <더 하이어>(The Hire)라는 인터넷영화 시리즈를 만든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