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팀 버튼의 창고 세일엔 어떤 물건이 있었나
2005-03-18
글 : 윤효진
옛 연인 리사 마리가 팀 버튼의 물건 처분

3월11일 <뉴욕타임스>사이트가 팀 버튼의 소장품들을 파는 창고 세일(garage sale) 소식을 전했다. 고딕적 감각을 자랑하는 감독 팀 버튼이 영화 만들기도 바쁠텐데 웬 세일을 열었냐고 놀랄 필요는 없다. 바로 그의 전 여자친구 리사 마리가 창고 세일을 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팀 버튼은 2001년 결별하기 전까지 리사 마리와 10년간 연인관계를 유지했고 이 기간동안 자신의 거의 모든 영화에 그녀를 출연시켰다. <슬리피 할로우>에서 조니 뎁의 어머니역을 맡았던 배우가 바로 리사 마리다.

오랜 기간 함께했던 만큼 이별의 충격도 컸던 모양이다. 이번 세일을 관장하는 마리의 변호사는 “정신적 청산(psychic divestment)과 같은 의미”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리사 마리에겐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물건들을 처분하기로 했다”고.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열린 이번 세일은 '팀 버튼의 창고 세일'이라는 문구로 팬들과 행인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생각보다 알찬 세일은 아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세일 전날에 영화 세트 가구와 소품 등 큰 물건들을 개인 경매자가 트럭에 실고 가버린 탓에 세일 당일인 11일엔 좋은 물건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고.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에드 우드>의 소품이었던 벨벳으로 된 뒤로 젖혀지는 2만달러짜리 의자와 유명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495달러짜리 유리 커피 테이블과 이집트산 면 시트 정도.

물건의 소유주였던 팀 버튼이 이 소식을 듣고 좋아했을리 만무하다. 현재 런던에서 <찰리와 초콜렛 공장> 막바지 작업 중인 팀 버튼은 법적인 대응책까지 생각중이라고 대변인이 말했다.

한편, 팬들은 너무 건질만한 물품이 없다는 이유로 불만을 터뜨렸다. 영화 관련 소품이나 기념품, 스크립트와 팀 버튼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물건을 기대하면서 하루 휴가를 내어 이곳을 찾은 한 직장인은 “이건 창고 세일의 쓰레기”이라며 치와와 그림이 그려진 1달러짜리 머그잔을 위안으로 삼았다. 또 다른 이는 “‘팀 버튼의 창고 세일’이라는 말부터 과장됐다.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고물들 중에서 보석을 건지려고 애쓰던 사람들이 찾아낸 것은 대롱거리는 플라스틱 안구(1달러), 울트라맨 피규어(1달러), <화성 침공>의 벽걸이 촛대(25달러) 등. 운좋은 사람은 팀 버튼이 그림을 그린 375달러짜리 도자기 타일을 사고서 <화성 침공>의 끈적거리는 아교를 덤으로 받기도 했다.

어쨌든 한 예술가와 그의 연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 즐거워한 방문자들도 꽤 많았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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