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스팔타커스 SE> '할리우드 10인'의 증언
2005-03-21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할리우드의 10인’ 가운데 한 명인 달튼 트럼보. <스팔타커스>의 각본을 썼다.

광기의 시대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반 세기 전, 냉전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제일의 자유 국가’를 자임한 미국을 공산주의에 대한 결벽증적인 공포가 휩쓴다. 할리우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많은 무고한 영화인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심지어는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할리우드의 10인(The Hollywood Ten)’으로 불리는 10명의 감독과 각본가는 이 ‘빨갱이 공포증’이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를 위협한다며 반미활동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한 죄로, 모두 6개월에서 1년에 이르는 징역형에 처해졌다.

이들 중 한 명인 소설가 달튼 트럼보는 다름아닌 <스팔타커스>의 각본가. 2004년 재발매된 <스팔타커스 SE> DVD에는 이 ‘할리우드의 10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실려있다. 이 귀중한 영상은 그 10명을 한 명씩 소개하고, 증언거부 과정과 이유를 직접 그들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실제 수감을 앞둔 그들의 눈에서는 모두 형형한 의지가 빛나는데, 자신들을 마지막으로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바램이 읽혀진다.

그러나 5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유감스럽지만 자유 수호라는 미명하에 기본권이 계속해서 침해당하고 있고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의 시민들이 위험한 사지로 등떠밀리고 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한 상상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끝무렵, 그들은 이 난국을 타개가 ‘당신에게 달려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대통령까지 한통속이 되어 광기의 질주를 벌이고 있는 그 나라에 ‘당신’과 ‘그들’의 목소리는 과연 닿을 수 있을까.

한 명씩 소개할 때마다 각자의 대표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
10명 중에는 국제 여단에서 활동한 전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반미활동조사위원회의 청문회 장면.
가족과의 단란한 모습과 함께 흐르는 ‘그는 현재 수감중이다’라는 내레이션은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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