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자이언트 로보 리마스터 에디션> 스태프들, 7년간 맺힌 한을 풀다
2005-03-21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주인공 다이사쿠 역의 성우 야마구치 캇페이는 작업 당시 새파란 신참이었다.

<자이언트 로보>는 7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OVA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버금가는 뛰어난 완성도와 감동적인 스토리가 엮인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작년 말 출시된 ‘리마스터 에디션’ DVD에는 성우와 스태프들이 나누어 녹음한 오디오 코멘터리가 홀수 번째 에피소드에 실려 있는데, 작품과는 별개로 한 번은 꼭 들어볼 만하다.

이 네 개의 코멘터리는 ‘불협화음의 미학’이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로 가지각색, 제멋대로인 것이 특징. 성우들(디스크 1 수록)은 해설자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본편에 빠져든 채 처음부터 끝까지 ‘멋지다’는 말만을 되풀이할 따름이며, 연출자와 작화감독(디스크 2, 4)은 감독이 없는 틈을 타 ‘감독이 호모였다는 거 알아?’ ‘크레딧에 이름 몇 번 나오나 내기나 하고... 짜증나는 인간이었어’ 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 흉이나 보고 있다.

그나마 보통 코멘터리에 가까운 것이 음악감독과 음악설계담당(디스크 3). 전곡을 바르샤바에서 연주, 녹음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답게 일본과 폴란드의 상이한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고생했던 이야기라든가, 음악이 작품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었는가에 대해 꼼꼼하게 짚어준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건 ‘내맘대로’ 해설 쪽이다. 장엄하고 심각하기 짝이 없는 본편에 코멘터리마저 잔뜩 폼 잡는다면 별 재미가 없었을 터. 완성에 7년이나 걸린 작품에 참여한 제작진이라면 맺힌 게 많았을 것이다. 다들 오랜만에 보는 작품 앞에서 자랑스러운 감탄을 거듭하고 ‘악의 축’인 감독 흉 좀 보기로서니 뭐 그리 나쁘겠는가 말이다.

처절한 상황의 마지막 장면. 스태프들은 이야기 정리하기에 바빴다며 자조한다.
작화 관련 스태프들은 멋진 장면이 나올 때마다 ‘누가 그렸지?’를 따진다.

이마가와 감독은 크레딧에 자기 이름이 많이 나온다며 늘 자랑했다고.
바르샤바 현지 녹음 장면. <배틀 로얄>의 아마노 마사미치가 직접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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