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문> 같은 소설을 통해 김용이 쓴 무협소설에 빠져든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쿵푸 허슬>을 보는 재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왜냐면 김용과 절친한 사이이기도 한 주성치가 자신의 영화에 김용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 이름과 소재들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하이라이트에 화운사신(국내에서는 ‘야수’라는 명칭으로 표기)이 펼치는 가공할 무술 ‘합마공’의 묘사는 소설의 그것과 거의 완벽하기 때문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다.
<사조영웅전>의 악당 구양봉이 두꺼비의 모습을 흉내 내 창안한 합마공은 내공을 모았다가 한번에 발산하는 무시무시한 무공이다. 그러나 그것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과거의 영화들이나 TV 시리즈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어색한 느낌을 주기 일쑤였다. 생각해보라, 멀쩡한 사람이 두꺼비 흉내를 내면서 팔짝 뛴다면 어디 무림의 고수 같겠는가. 주성치의 1997년 영화 <식신>에서도 합마공이 등장하지만 우스꽝스런 패러디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쿵푸 허슬>의 합마공 연출은 김용 팬들에게 있어 그간의 아쉬움을 해소해준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