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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한국판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백설공주>
2005-03-24
글 : 이승훈 ( PD)

<EBS> 3월27일(일) 밤 11시45분

박구 감독의 영화 <백설공주>는 그림형제의 백설공주를 한국식으로 재미있게 각색한 작품이다. 마달국의 태수(김도원)는 아내를 잃고 태수비(도금봉)를 새로 맞아들이는데, 새 태수비는 간신 파돌계(허장강)와 모의하여 태수의 충신들을 역모죄로 몰아낸 뒤 정권을 찬탈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태수에게는 극진히 아끼는 무남독녀 백설(김지미)이 있는데, 태수비는 백설을 납치해 죽이려 하지만, 착한 백설을 죽일 수 없었던 하수인이 공주를 살려주고, 눈밭을 헤매다 정신을 잃은 백설을 일곱 난쟁이들이 발견하여 구해준다.

이때쯤 되면 원판 <백설공주>를 각색했음을 눈치채게 된다. 그 이전까지는 궁중의 음모와 시기, 질투, 권력 다툼 등을 기본 축으로 진행되기에 제목 외에는 원작과의 관계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계모가 독사과를 백설공주에게 먹이는 대신 도성과 난쟁이골을 왕래하는 방물장수 할멈이 계모인 태수비의 사주로 백설을 칼로 찌르려다 난쟁이에게 들켜 오히려 죽임을 당하는 것이나, 백설공주를 구해주는 왕자 대신 그녀를 사랑하는 내전시랑(김진규)이 이웃나라 달둔과 연합하여 파돌계 일당을 몰아내는 설정으로 바뀐 것 등 기본 틀은 원작을 따르면서도 원작과 다른 부분들이 군데군데 등장한다.

이 작품을 연출한 박구 감독은 도쿄음악전문학교 출신으로 최초의 재즈 오케스트라를 만들었고, 1940년대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악극단인 반도가극단의 단장 출신이다. 50년대 이후 악극이 쇠퇴하고 영화가 대중문화의 주역이 될 때 영화로 옮겨와 20여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40년대와 50년대 초반 악극은 여성국극과 함께 가장 인기있는 대중문화 장르였다고 한다. 김희갑, 구봉서, 양석천 등이 악극 출신 배우들이다. 50, 60년대 한국영화의 팜므파탈 도금봉의 연기와 김동원의 중후한 모습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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