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마파도>의 서영희 인터뷰
2005-03-24
글 : 오정연
“선생님 같은 선배들과의 작업, 즐거웠다”

<마파도>는 억척스런 섬마을 다섯 할매와 뭍에서 건너온 어리버리한 두 사내가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 그러나 160억원짜리 당첨 복권을 들고 사라진 장끝순이 없었다면 섬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막상 영화 속에서는 도입부와 결말에서만 얼굴을 보인 장끝순을 연기한 서영희는, <질투는 나의 힘> <라이어> 등에서 작지만 의미심장한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각각의 영화를 볼 때는 그의 전작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매번 다른 모습을 싣기에, 그의 평범해 보이는 앳됨은 제법 유리한 조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보여줬던, 평범함과 광기를 오가는 하숙집 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극 <모스키토>의 팸플릿에서 사진을 발견한 영화사쪽에서 먼저 캐스팅 제의를 해왔다. 영화도 처음이고 해서 그냥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하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남들은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냐고 하지만 사실 그땐 어려운 줄 모르고 했던 것 같다. 막상 완성된 영화로 내 모습을 마주하니까 굉장히 창피하더라. 캐릭터 자체 때문이 아니라 내 부족함이 보이니까.

-영화사에서 사진만 보고 연락을 해왔다는 건데 본인의 어떤 면이 하숙집 딸과 어울렸던 것일까.

=사진에선 그냥 단발머리 고등학생처럼 나왔을 텐데, 시골스럽고 평범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닐까. (웃음)

-<마파도>에서 장끝순은 영화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긴 하지만 굉장히 전형적이다.

=섬마을에서 태어나 서울로 상경한 다방 레지라고 말한다면, 영화 속에서 수도 없이 등장하는 평범한 캐릭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마음속에 있는 건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끝순이도 마찬가지다. 생활에 찌들린 그렇고 그런 다방 레지지만, 한순간에 그런 엄청난 돈을 들고 튀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다면 굉장히 과감한 인물일 것이다. 그래서 끝순이가 그 돈이 정말로 필요했던 이유 등이 완성된 영화에서 많이 삭제된 것이 안타깝다.

-하늘 같은 선배님과의 작업은 어렵지 않았나.

=선배님이 아니라 선생님이다. (웃음) 섬에서의 촬영분량이 얼마 안 돼 많이 뵙지는 못했는데, 그분들과의 작업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항상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점. (웃음) 워낙 맛난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었다. 처음엔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선생님들이 오히려 “넌 몇살이니?” 하면서 동네 아줌마들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시더라. 그리고 김수미 선생님은 <전원일기> 때부터 너무 좋아했던 분이다. 시골 할머니에서, 부잣집 안주인으로, 억척스런 엄마로 매번 다른 역할을 소화하는 모습이 멋지다.

사진제공 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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