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엔 메이크업, 카세트테이프 노래, 이 예쁜 선물 가발을 쓰면. 어느새 난 무대에 선 노래하는 펑크 록 스타!” 조승우의 노래 <상자 속의 가발>(Wig in a Box)이 시작되자 클럽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지난 3월14일 화이트데이, 홍익대 앞의 클럽 ‘롤링홀’에서 뮤지컬 <헤드윅>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헤드윅>은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록 가수의 정체성 찾기와 사랑을 다룬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잡지 <롤링스톤>에 의해 “진정한 록을 선보인 최초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국내에는 지난 2002년 개봉한 영화 버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제작발표회와 달리 록 밴드 공연처럼 꾸며진 이번 발표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헤드윅’ 역을 맡은 <말아톤>의 조승우였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지킬 앤 하이드>로 한국 뮤지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그는 <헤드윅>의 삽입곡 <상자 속의 가발>을 열창하며 제작발표회에 모인 군중을 사로잡았다. 조승우의 출연분은 예매 시작 반나절 만에 전회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같은 이상열기에 대해 <헤드윅>의 일부 팬들은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 헤드윅이 1시간40여분간 공연을 이끌어가야 하는 극의 특성상, 뮤지컬 배우인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영화 <라이어>)이 조승우와 번갈아가며 출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조승우는 “대본도 펼쳐보지 않은 상태에서 매진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 팬들의 관심은 고맙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토로하면서도 “<헤드윅>은 예전부터 가슴속에 담아둔 작품”이라며 백만불짜리 미소를 보였다. 뮤지컬 <헤드윅>은 4월12일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기나긴 커밍아웃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