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사랑과 복수를 그대에게, <그린 로즈>
2005-03-24
글 : 피소현 (<스카이라이프> 기자)
고수·이다해 주연 <그린 로즈>, 진지한 미스터리 멜로드라마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새로운 드라마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올 봄 드라마들의 특징은 ‘명랑코믹 로맨스’의 성격이 짙다는 것. 불치병 등의 상투적 코드가 너무 칙칙하다는 지적과 함께 봄이라는 계절적 변수가 작용해 만화 같은 가벼움이 브라운관에 넘쳐나고 있다.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열여덟 스물아홉> <원더풀 라이프>를 비롯해 이번주에 선보일 <불량주부> <신입사원> 등도 모두 코믹한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다.

만화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가벼운 작품들 속에서 조금은 진지하고 무거운 드라마 한편이 눈에 띈다. 3월19일 첫선을 보인 <그린 로즈>가 그것. <봄날> 후속인 이 드라마는 최민수, 최명길 등이 출연해 중·장년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태양의 남쪽>을 만든 김수룡 PD가 연출을 맡아 장대한 스케일 속에 펼쳐지는 복수와 사랑을 그린다. 제목인 <그린 로즈>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따온 말로 ‘지상에 없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말. 극중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복수를 위한 칼을 갈지만 결국 복수를 넘어서는 순애보 같은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칼을 꽂아야 할 가슴에 꽃을 꽂는 사랑의 힘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다.

<그린 로즈>는 평범한 회사원인 이정현이 재벌가의 딸이자 자신의 연인인 오수아의 아버지 오 회장을 살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된 뒤 밑바닥 인생을 헤매다가 재기에 성공해 자신의 삶을 파멸시킨 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하는 과정을 담았다. 오수아는 자신의 연인이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정현에 대해 애증의 감정을 갖게 돼 오히려 진짜 범인에게 자신의 인생을 내맡기는 비운의 주인공이 된다. 진범인 신현태는 어린 시절 자신의 집을 몰락시킨 오 회장에 대한 원한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인물. 복수를 위해 오 회장의 회사에서 중역의 자리에 오른 뒤 연인인 차유란과 함께 치밀한 복수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신현태에게 배신당한 차유란은 이후 중국에서 이정현을 만나 그의 복수를 돕는다.

<그린 로즈>에 대해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멜로드라마다. 복수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복수극은 아니다”라고 밝힌 김 PD는 “5년 전부터 기획해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갔다”며 준비기간이 길었던 만큼 작품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함께 유려한 영상, 높은 완성도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것. 실제로 <그린 로즈>는 방영 전에 총 20부 중 13부까지 대본이 완성되었고 8부까지 촬영, 4부까지 편집이 완료되는 등 짧은 제작기간에 쫓기는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순조로운 진행상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23일부터 3월12일까지는 중국 상하이 등을 돌면서 5부에서 8부에 걸쳐 방송될 해외 촬영 분량을 마무리했다. 김 PD는 “사전제작, 재촬영 등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그만큼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수준 높은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얽히고 설킨 운명의 복수극을 풀어갈 출연배우들의 각오도 대단하다. 주인공 정현 역을 맡은 고수는 “일상생활에서도 내가 나인지 정현인지 모를 정도로 극중 인물에 몰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 남자’ 이미지가 강한 그가 ‘복수의 화신’으로 분해 어떤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줄지가 이 드라마의 관건. 사실 그가 그동안 착한 역만 맡아온 것은 아니지만 무던한 이미지에 이렇다 할 흥행 작품이 없어 연기력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가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종영된데다 영화 <썸>마저 흥행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은 그는 <그린 로즈>로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는 “내가 로봇은 아니기 때문에 변신을 기대하지는 말아달라”고 하면서도 “시청률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본이 탄탄하기 때문에 거기에 충실하게 캐릭터를 만들어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고수의 상대역인 수아 역은 <왕꽃선녀님>에서의 호연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이다해가 맡았다. 드라마 <낭랑 18세>의 조연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어 미니시리즈 주인공 자리를 꿰찬 그는 연기 욕심이 많아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자기 성에 안 차는 장면은 꼭 다시 찍자고 하고 연기호흡을 위해 상대역인 고수의 대사까지 모두 외워올 정도라고 한다. “<왕꽃선녀님>에서의 캐릭터가 우울했던 데 비해 이번 작품은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선택했다”는 그는 “여리고 소탈하지만 당당하고 독립심 강한 수아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밖에 진짜 ‘악역’인 신현태 역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선도부장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종혁이, 신현태에게 배신당한 뒤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차유란 역은 최근 <파리의 연인> <굳세어라 금순아>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서형이 맡았다.

경쟁작인 <불멸의 이순신>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 <그린 로즈>가 뒷심 부족으로 고전한 <봄날>의 열세를 만회하고 주말 밤시간대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기대된다.

새 드라마 <불량주부> vs <신입사원>

주부랑 신입은 유쾌하기도 하지

<불량주부>
<신입사원>

이번주에 방영을 시작하는 <불량주부> <신입사원>은 <그린 로즈>와는 달리 코믹 터치가 강하다. SBS 월화드라마 <불량주부>는 <세잎클로버> 후속으로 3월21일부터 방송된다. 무료일간지에 연재 중인 동명만화를 드라마로 옮긴 이 작품은 실직과 함께 전업주부로 들어앉은 남자의 고뇌와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취업전선에 뛰어든 괄괄한 아내의 이야기를 코믹하고 따뜻하게 풀어낸다. 제작진은 “기존의 드라마들이 경제 불황의 심각하거나 괴로운 현실을 반영했다면 <불량주부>는 통쾌한 웃음과 감동으로 희망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인 <파리의 연인>을 공동 집필했던 강은정 작가와 영화 <마들렌> 등의 시나리오를 쓴 설준석 작가가 공동 각본을 맡았으며, 신애라와 손창민이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열여덟 스물아홉> <원더풀 라이프> 등과 맞붙을 이 드라마가 이효리의 출연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쾌걸 춘향>에 참패한 <세잎클로버>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나선 MBC는 수목드라마 <슬픈 연가>의 뒤를 이어 <신입사원>을 선보인다. 대기업의 전산 착오로 수석 입사하게 된 신입사원의 일과 사랑, 열정을 담은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강호 역은 이제 배우로서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신화의 멤버 에릭이 맡았다. 강호는 진지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백수건달. 지난해 드라마 <불새>에서 과묵한 재벌 2세 연기로 인기를 모은 에릭은 이 작품을 통해 코믹한 캐릭터로 거듭난다. 청순하고 가냘픈 이미지의 한가인 또한 강호의 사랑을 받는 미옥 역으로 한층 경쾌하고 밝은 모습을 선보이며, <두번째 프러포즈>에서 순정파 총각으로 출연했던 오지호는 냉정하고 출세 지향적인 봉삼 역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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