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구니스> 어른이 된 꼬마들, 그 때를 추억하다
2005-03-24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즐거운 영화에 어울리는 즐거운 분위기가 강점이다.

<구니스>의 도입부. 브랜드가 달아난 동생들을 쫓기 위해 보조 바퀴가 달린 유아용 자전거를 빼앗아 타고 달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화면 밖에서 조쉬 브롤린(브랜드 역)의 자못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순간을 계기로, 제 커리어는 끝장이 났죠.” 이어서 터지는 박장대소. 다들 웃겨 죽겠단다.

오디오 코멘터리가 진지하게 정보만 전달해야 한다는 법이 있을까. <구니스>는 환상적인 모험영화. A부터 Z까지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 DVD에서는 감독과 함께 어엿한 어른이 된 ‘그때의 꼬마들’이 다시 모여 스튜디오에 음료와 다과를 벌여놓은 채 바글바글 신나게 수다를 떤다. 서로의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오면 환호성을 질러대고, 발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떼떼거렸던 대사를 흉내내며 배꼽을 틀어쥐기도 한다. 각자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면 ‘주목!’을 외치기도 하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동료 연기자들에 대한 추억도 나눈다. 오랜만에 만난 아저씨, 아줌마들이 옛날을 추억하며 떠들어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야 제대로 된 코멘터리일 리가 있겠냐고? 글쎄. 관람 자체가 하나의 왁자한 파티 그 자체인 영화에 너무나 완벽하게 어울리는 코멘터리가 아닐까. 물론 제작 과정에 대한 정보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지만 그 마저도 ‘유머’라는 필터를 반드시 거치게 된다. 코리 펠드먼이 갑자기 아이들이 배수관을 망가뜨리는 시퀀스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직접 촬영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화면 밖에서조차 도너 감독의 뻘쭘한 얼굴이 떠올라 입가에 웃음이 떠오른다. 비디오 코멘터리 형식을 채택한 것도 이색적이다.

리차드 도너 감독. 여전히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맏형 조쉬 브롤린은 이제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있다.

키 후이 콴(왼쪽)은 <인디아나 존스>의 바로 그 꼬마.
각자 추억과 즐거운 기억을 이야기하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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