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는 영화와 180도 다른 즐거운 코멘터리가 압권이다.
오디오 코멘터리를 ‘학구, 정보파’와 ‘잡담, 재미파’로 나눈다면, <냉정과 열정사이>는 단연 후자로 꼽힐 것이다. 코멘터리에는 이 판타지 로맨스의 화면을 곱게 장식했던 두 주인공 대신 조연인 유스케 산타마리아와 시노하라 료코, 프로듀서와 감독이 나오는데, 예상대로 산타마리아의 독무대다. <춤추는 대수사선>으로 잘 알려진 그는 실제로 일본에서도 왁자한 입담으로 유명한 인물. 이탈리아 로케를 ‘2박 4일’로 다녀왔다느니(실제로는 가지 않았다), 동료 연기자가 묵었던 방에 젖은 팬티가 널려 있어 인터넷으로 팔까 했다느니, 시노하라의 어색한 바디 랭귀지 덕분에 영화가 살았다느니 하는, 거의 헛소리에 가까운 멘트들로 코멘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중반을 넘어서면 결국 그의 페이스에 말려든 프로듀서와 감독도 맞장구를 쳐 가며 가세하기에 이른다. 다소 성인 취향의 스토리답게 야한 농담도 부지기수.
코멘터리의 대미는 산타마리아의 보조를 열심히 맞춰 주던 시노하라의 뱃속에서 들린 ‘꼬르륵’ 소리와 일행의 황당하다는 멘트들. 여기까지 가면 과연 다들 제 정신들인가 싶겠지만, 그래도 본편과 너무나 다르다 보니 오히려 즐겁고 지루하지 않다. 반대파들조차
시노하라 ‘이런 걸 누가 들을까요? 짜증나서 꺼 버리지나 않을까요?’
산타마리아 ‘그러니까 (영화를) 여러 번 봐서 질렸을 때나 듣는 거야’ 라는 말에는 공감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코멘터리가 DVD를 조금은 색다르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케노우치 유타카나 진혜림이 저랬다면 절대로 용서가 안 되었겠지만.
시노하라 료코. 유스케 산타마리아와 함께 코멘터리의
산타마리아는 감독이 이 장면에 대해 '이것은 유스케씨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라고 칭찬(?)하자 득의양양
산타마리아가 '2박 4일 이탈리아 로케'의 증거로 당당히 제시한 피렌체의 아파트 장면.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에서의 세트 촬영이었다.
문제의 '배고픈 소리'가 들렸던 바로 그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