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토끼 울타리> 호주의 원주민 탄압 역사를 듣는다
2005-03-24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A. O. 네빌(케네스 브레나)은 호주에 파견된 섭정관. 원주민에 대한 경외심이 지나쳐 그들을 탄압하는 모순적 인물이다.

오디오 코멘터리를 하지 않는 감독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주 열성적으로 입담과 해설을 과시하는 감독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하거나 하지 않거나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DVD를 보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작품 이외의 다른 것들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인만큼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는 쪽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토끼 울타리> 같은 영화는 음성 해설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닐까 한다.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주라는 나라의 특성과 그 역사에 대해 조금은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필립 노이스 감독은 이 가슴 아픈 실화를 활자로 옮긴 원작자와 작곡가, 각본가와 함께 차분한 어조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말하기 시작한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긴급명령>이나 <본 콜렉터> 같은 전력 때문에 할리우드의 충실한 장인 정도로 알려진 그이기에, 호주 출신인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문제 의식이 1930년대 원주민 탄압을 다룬 이 영화와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해설의 구성 역시 상당히 뛰어나다. 장면 하나 하나를 짚어가면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아우트라인’을 준비한 상황에서 작품 외적인 이야기로부터 특정한 장면의 구체적인 제작 과정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방식은 이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인 해설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작품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그리고 진솔한 표현들이 감상자의 가슴에까지 와 닿는 모범적인 코멘터리다.

긴박한 도입부. 몰리의 어머니는 세 딸을 백인들에게 빼앗겨 좌절에 빠진다.
주인공 몰리 역을 맡은 에벌린 삼피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놀라운 사실성과 생동감을 부여하였다.

원주민 출신의 추적자 무두. 백인에게 빼앗긴 딸 때문에 백인의 앞잡이가 된 인물로서 감독의 정서가 가장 잘 반영된 캐릭터이기도 하다.
세 자매는 여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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