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식스 핏 언더>의 두 번째 시즌은 전 시즌에서 던져졌던 화두 ‘죽은 자를 통하여 듣는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보다 심화하고 있다. 어느 정도 장의사 일에 익숙해지는가 싶더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병에 걸려버린 주인공 네이트, 동성 연인인 키스와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둘째아들 데이비드, 남편의 죽음 이후 예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자 애쓰는 어머니 루스 등 시즌 1에서 소개된 피셔 일가의 변모를 계속해서 따라가고 있다. 매 화마다 사망자가 생기고, 이들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이 캐릭터의 발전 과정과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키스의 조카인 테일러와 피셔 장의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크로너사의 직원 미치 등의 새로운 등장인물이 가세하여 전 시즌 이상으로 풍부한 캐릭터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독특하게 만들었던 스토리의 전개 방식이나 비주얼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작품에 대해 익숙하면서도 참신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전체적으로 시즌 1 이상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 팬이라면 다섯 장의 디스크와 함께 밤을 새는 진기한 경험을 다시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TV 드라마는 와이드 TV용의 아나모픽 방식으로 촬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식스 핏 언더 시즌 2>는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일반 TV에 맞는 화면비를 고수하고 있다. 사운드 역시 돌비 스테레오이며, 애초에 극장용이 아닌 TV에서 시청할 것을 목적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럭셔리하게 갖춰진 홈시어터보다는 TV와 DVD 플레이어만 있어도 감상에 전혀 지장이 없다. 굳이 고급 시스템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이, 원래 의도했던 화면과 음성 그대로를 가감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본 타이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부록으로는 에피소드 다섯 편에 대한 감독들의 음성 해설과 극중 선보인 모조 시체를 만드는 제작과정 다큐멘터리가 들어있다. 특히 다큐멘터리에서는 현실감 있는 시체를 만들기 위해 해당 시체 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여 상세한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자기 자신의 시체 모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한 배우의 말이야말로, <식스 핏 언더>라는 작품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바로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