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클린> 월드스타 장만옥의 매력
2005-03-28
글 : 조성효

두 벌의 라텍스 의상이 없었다면 영화 <클린>은 탄생치 못했거나 아니면 전혀 다르게 제작되었을 것이다. 두벌의 라텍스란 <이마베프>에서 장만옥이 입었던 ‘이마베프’ 역의 검은 가죽의상 1벌과 이 옷을 재활용하여 코니 닐슨이 <데몬러버>에서 ‘조라’가 되어 입은 의상 1벌을 말한다. 장만옥이 <이마베프>에서 아사야스와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클린>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데몬러버>가 미국 내 개봉하여 일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지 못했다면 닉 놀테의 출연은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닉 놀테의 에이전트가 아사야스 감독을 달리 본 것은 <데몬러버>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클린>은 알게 모르게 <이마베프>와 연관 되어있다. 두 영화에서 장만옥이 위스키를 시킨다던가 <이마베프>에서의 나탈리 리차드 역을 <클린>에선 잔느 바라바가 연기하는 것, 그리고 마약과 동성애들의 설정 등이 그렇다. <이마베프>에서 비달 감독(장 피에르 레오)의 자리를 넘겨받은 미라노는 “이마베프는 파리다”라며 절대로 홍콩 배우에게 배역을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그녀는 아방가르드적 엔딩을 통해 결국 파리의 밤을 훔쳐버리고 만다. 그런데 <클린>에서의 장만옥은 중국어, 영어는 물론이고 어느새 프랑스어마저 유창하게 구사하고 노래까지 부르며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세계인이 되어버린다.

<클린>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것은 브라이언 이노의 전자음악이다. 이 음악이 최초로 사용된 영화는 다큐멘터리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에서였다. 만일 <클린>과 <포 올 맨카인드>를 연관시킨 사람이 있다면 음악만 듣고도 장만옥이 달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마약과 음악이라는 이중의 중독을 이겨내고 아들을 위해 어려움 속에서 마지막 용기를 보여주는 에밀리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부록으로는 55분 분량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때문에라도 DVD는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아사야스가 바라보는 장만옥, 그리고 장만옥이 바라보는 아사야스의 모습이 두 사람의 입을 통해 벗겨진다. 닉 놀테에게와는 달리 자신에겐 감사하단 말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며 전남편인 감독에게 불평하는 장만옥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시대극인 <애정의 운명>에 비한다면 초저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DVD의 영상과 사운드는 영화제목 만큼이나 깔끔하게 담겼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