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쿵푸 허슬> 주성치의 무협 판타지
2005-03-28
글 : 한청남

<소림 축구> 이전의 주성치 영화들은 과도할 정도의 원맨쇼와 팬들이 아니면 이해 못할 만화적인 개그로 가득 차 있어,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먹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물론 <소림 축구> 역시 주성치 특유의 엽기적인 유머 감각이 발휘된 영화였지만, 탁월한 시각효과로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보편적인 재미를 갖추게 된 것이다.

<쿵푸 허슬>은 전작 <소림 축구>로 자신감을 얻은 주성치가 직접 감독을 맡아 자신이 늘 꿈꾸어 왔던 이소룡의 쿵푸 액션과 무협 판타지의 세계를 멋지게 재현해낸 수작이다. 주연을 맡고 있는 것은 분명 주성치지만, 그는 마지막에 가서야 실력발휘를 할 뿐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신에 개성 있는 조역들의 화려한 쿵푸 액션으로 한동안 잊고 있었던 홍콩 무술 영화의 재미를 일깨워준다. 악당들을 추풍낙엽처럼 날려버리는 무림 고수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다 후련한 기분이 들 것이다. <매트릭스> 보다 자연스러운 원화평의 무술안무도 탁월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의 특수효과로 완성시킨 절정고수들의 경천동지할 대결은 그야말로 압권. 주성치는 경지에 다다른 내공으로 무협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하늘과 땅을 가르는 신공을 완벽하게 펼쳐내고 있다.

소니픽쳐스에서 출시한 <쿵푸 허슬> DVD는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는 불법 영상물에 대응하고자 빠른 출시를 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별다른 부록 없이 본편과 예고편만을 수록했다. 아쉬운 일이지만 영화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화질과 사운드가 여느 홍콩 영화들의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이라 만족감이 앞선다. 특히 극장에서 느꼈던 것 이상으로 안방극장을 압도하는 DTS 사운드가 일품이다. 혹자에 따라 과장된 액션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장면들을 실감나게 받쳐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주성치의 오리지널 음성을 담고 있는 광동어 더빙이기 때문에, 극장에서 북경어 더빙으로 감상해야했던 사람들은 재차 감상해볼 필요가 있다. 주성치 영화가 재미있는 건 그의 독특한 억양 때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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