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의 결정체 <건버스터> <우주전함 야마토>와 <기동전사 건담> 등 70년대 말에 탄생한 일본 애니메이션 걸작들은 수많은 열혈 팬들을 낳았고 그들은 신인류 혹은 ‘오타쿠’라고 불리게 되었다. 오타쿠 문화의 선두 주자였던 안노 히데아키와 가이낙스의 제작진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과거의 명작들을 인용하는, 이른바 오마주(혹은 패러디)를 집어넣기 시작했다.<건버스터>에는 엄청난 분량의 패러디가 숨겨져 있는데, 명작 스포츠 만화 <에이스를 노려라>를 기본 축으로 <기동전사 건담> 등 SF 애니메이션은 물론 ‘특촬물’이라 불리는 일본 고유의 SFX 영화들에 대한 인용들로 가득하다. 뿐만이 아니라 <썬더버드> 같은 고전 외화 시리즈에서부터 할리우드의 B급 SF 영화, 심지어 장난감에서까지 디자인과 명칭들을 빌려오고 있다. 어지간한 오타쿠가 아닌 이상 그것을 전부 눈치 채긴 어렵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주인공 노리코의 방안에 붙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들의 포스터 정도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DVDT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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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한 고화질 영상
미소녀와 로봇이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정답은 바로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이하 건버스터)이다. 세계 유일의 오타쿠 애니메이션 제작사 가이낙스가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깨닫고 만든 희대의 걸작 애니메이션이자, 자신들이 어렸을 때 보고 자랐던 수많은 애니메이션에서 한 조각씩을 들고 와 새로운 작품으로 합쳐놓는 패러디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인이 아닌 우리도 어렸을 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쉽게 빌릴 수 있었던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향취를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때로는 고풍스럽고 때로는 새로운 감각으로 연출된 <건버스터>는 30살을 넘긴 팬뿐만 아니라 이런 작품에 익숙지 않은 젊은 팬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시작은 비록 황당무계한 개그와 패러디의 연속이지만 뒤로 갈수록 <건버스터>의 진가는 드러난다. 피가 끓어오르는 비장감과 마지막 엔딩의 감동은 이 작품을 80년대 최고의 OVA(Original Video Animation)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로봇을 타고 왜 저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감상을 그만 두면 당신은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끝까지 이 작품을 보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요즘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화질이 대폭 향상된 리마스터판을 통해 느껴보기 바란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는 <리마스터판 건버스터>는 작년에 출시됐던 DVD의 화질 업그레이드 판이다. 기존판은 워낙 옛날에 만들어진 타이틀이다 보니 솔직히 화질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대대적인 화질 개선 작업을 한 후 재출시를 했고, 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향상된 화질의 DVD로 재출시하는 것이다. 화질이 좋아진 만큼 보는 사람은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존판보다 더 쉽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고 마치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처럼 설레는 기분도 든다. 그리고 고음질의 무압축 스테레오 사운드를 통해 그리 비싸지 않은 스피커나 TV를 통해서도 깨끗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화질 향상과 함께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부록의 강화이다. 기존판에 있던 5.1 채널 신작영상 세 편과 함께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던 4:3 스탠더드 영상의 제 6화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작품의 극적 상황 연출을 위해 감독이 의도했던 16:9 와이드 화면의 제 6화만을 봤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4:3 영상을 공개했다. ‘제 6화 논트리밍 오리지널 영상’을 자세히 보면 16:9 화면에서 잘리게 되는 위, 아래의 그림은 대충 그리거나 아예 안 그려져 있는 이상한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88년 당시 제 1화의 애프터 레코딩 작업을 할 때 찍은 성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담은 ‘아니메비젼 수록영상집’은 아주 희귀한 자료로 사적 가치도 높다. 더불어 촌스러움이 넘치는 성우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초도물량에만 같이 제공되는 <퍼펙트 가이드 DVD>는 일본에서는 따로 판매 중인 것으로, 감독 인터뷰를 비롯해 제작 비화, 녹음할 때 있었던 뒷이야기 등 각종 폭로성 내용이 가득한 재미있는 특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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