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여성을 보자”라는 주제 아래 해마다 90% 가까운 좌석 점유율을 보이며 내실있는 영화제로 평가받아온 서울여성영화제가 7회째를 맞아 4월8일부터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린다. 27개국에서 날아온 86편의 영화 가운데 영화제의 테이프를 끊는 개막작은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작으로 초청받았던 아르헨티나 감독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홀리 걸>이다. 왕성한 성적 호기심을 지닌 십대 소녀가 중년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그 남자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도리어 남자를 쫓아다니게 된다는 이야기의 이 영화는 십대 소녀의 섹슈얼리티를 종교문제와 결부시켜 미묘한 충돌을 일으키는 개성적인 영화다.
7개 섹션 가운데 올해 여성영화제를 가장 뜨겁게 달굴 부분은 아시아지역의 성매매 문제를 현장의 생생한 육성고백으로 듣는 여성영상공동체 섹션이다. 인도, 이란, 대만, 한국 등에서 제작된 6편의 다큐멘터리를 준비한 남인영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성매매 단속 이후의 현실과 입법화 과정에서 소외돼온 현장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어보자는 취지로 성매매 문제를 특별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10년에 걸쳐 완성한 인도 작품 <고속도로의 창녀들>은 전통이라는 이유로 가족이 장녀를 성매매로 내모는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란 영화 <베일 속의 성매매>는 여성들을 성매매 현장으로 끌고 가는 것이 가부장 사회의 부패와 무능이라는 사실을 신랄하게 고발해 다큐멘터리의 칸영화제로 꼽히는 마르세유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영화다.
여성영상공동체 등 7개 섹션, 27개국서 날아온 86편
개막작엔 <홀리 걸> 선정 터키 특별전·국제포럼도
성추행의 상처를 직접 응시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여정을 담은 <끔찍하게 정상적인gt;은 감독이 어린 시절 성추행을 했던 아버지의 친구를 찾아가는 일주일을 그린 영화로 주인공이자 관찰자인 감독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한 심리극에 가깝다. 또한 국내외 여성 영화학자와 활동가, 감독뿐 아니라 인도와 대만의 탈성매매 여성, 성매매 여성들이 모여 아시아 지역 성매매의 실태와 문제점을 논하는 국제포럼도 12일 열릴 예정이다.
이밖에 뉴커런츠 부문에서는 올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gt;, 가족과 종교라는 명분으로 여성의 생존권마저 손쉽게 파괴하는 파키스탄 여성 인권의 실태를 다룬 <명예살인>, 배우 로잔나 아퀘트가 카메라를 잡고 할리우드 여성들의 스크린 밖 삶과 고뇌를 솔직하게 인터뷰한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등을 상영한다.
감독 특별전으로는 60년대 ‘체코 뉴웨이브’를 이끌었으며 혁신적인 영화 형식 안에서 페미니즘의 시각을 유보 없이 견지해온 감독 베라 히틸로바(1929~)의 대표작 5편과 히틸로바의 영화적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1편을 상영한다.
보수적인 이슬람 전통의 바탕 아래 동서양의 인적·문화적 교류의 중심이 되면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온 터키 여성 감독들의 개성과 의외성을 엿볼 수 있는 ‘터키영화 특별전’도 올해 서울여성영화제가 주목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28일 오전 10시부터 홈페이지( www.wffis.or.kr )와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 www.maxmovie.com )에서 인터넷 예매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