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4월1일(금) 밤 12시55분
이번주에는 여성감독들의 단편이 방영된다. 김은경 감독의 <유리알>은 학교 오빠를 동시에 좋아하지만 표현방식이 다른 두 여고생의 각기 다른 짝사랑 속에 수줍은 소녀들의 좌절과 성장을 담고 있으며, 정소영 감독의 <동그라미>는 애정이 넘쳐 자칫 위태로워 보이는 모녀관계를 통해 그들만의 사랑과 연대를 도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배우 출신 방은진 감독의 단편 <파출부, 아니다>는 파출부의 하루를 통해 일하는 여성의 모습과 자신의 권태로운 삶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욕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개성 강한 이 작품들은 최근 여성감독들이 보여주는 절제된 형식미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절제가 지나쳐 모호하게 처리된 점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주제를 놓치지 않고 전달하는 솜씨는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세 작품은 각기 학교와 집 혹은 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표현되고 있는데, 어쩌면 그것이 우리 사회 여성들의 삶의 단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이야기들 속에 오롯이 살아 있는 사랑과 연대와 욕망의 모습들은 각기 다른 지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