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이 윤곽을 드러냈다. <천년학>이라는 제목의 이번 작품은 1990년 <서편제>와 1996년 <축제>를 통해 임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 <선학동 나그네>를 뼈대로 삼아 두 사람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논의 중이다. 임 감독과 이청준 작가는 현재 전남 일대를 돌며, 시나리오 구상과 촬영장소 물색을 겸하고 있는 상태라고. 홍보를 맡을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이사는 “제목을 제외하고는 확정된 것이 없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캐스팅이 이루어지고 촬영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천년학>은 <서편제>의 소리꾼의 애환과 가족관계를 물려받아 이야기를 구성하는 후일담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로케이션은 전남 광양군 매화마을과 섬진강 일대, 그리고 두 사람의 고향인 장흥이 주무대가 될 전망. 정일성 촬영감독의 합류도 결정됐고, <취화선>의 주병도 미술감독의 참여도 점쳐진다. <천년학>이라는 제목은 장흥 포구에 있는 학산(鶴山)과 동네이름인 선학동과 같은 기원을 가지며, 모태가 될 단편소설 속에 등장하는 환상 속의 동물. 또한 <서편제>의 O.S.T 첫머리를 장식한 김수철의 대금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제작은 이태원 대표의 태흥영화사가 맡고, 메인투자사는 롯데엔터테인먼트다. 투자를 결정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건용 이사는 “한국 영화시장의 평가 기준이 디지털이나 젊은 영화를 중심으로 삼는 상황에서, 임 감독님처럼 외국에서 높이 평가받는 전통적인 감수성을 가진 작가에게 좋은 기회를 드린다는 차원”이라고 투자동기를 밝혔다. “100번째 작품은 대작이 아닌 소품이 될 것”이라던 임권택 감독의 신작은 이제 출발점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