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한다>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것들을 말하는 마스트로얀니의 실루엣.
<달콤한 인생> DVD에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들어있다. 펠리니 감독의 예술관을 다룬 <펠리니의 마법>은 별도의 해설이나 내레이션 대신, 펠리니 자신을 비롯하여 그와 함께 작업했던 배우와 스탭들의 인터뷰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펠리니의 다른 영화와 같은 약간의 모호함이 부담스러운 관객들도 있을 듯. 하지만 자신의 비전을 고수하기 위해 영화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 거침없이 나아갔고, 그러면서도 배우들에게는 무한정 자유를 주었던 그의 독특한 창작 스타일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하다.
<달콤한 인생>에서의 씁쓸했던 ‘그래’라는 대사와 표정은 어떻게 나왔는가, <아마코드>의 음악은 어떻게 탄생되었는가,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도널드 서덜랜드는 <카사노바>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와 같은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다른 하나의 다큐멘터리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 나는 기억한다>로, <달콤한 인생>의 주연이자 펠리니의 대리자아같은 배우였던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회고담을 담았다. 영화, 예술, 가족, 사랑, 펠리니 등 그의 70평생을 통해 중요했던 것들을 소탈하게 돌아보는 노배우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도입부에서 7분간 얼굴 실루엣만을 보여주는 롱 테이크와 함께 나직하게 들리는 마스트로얀니의 독백이 특히 인상적이며, 마지막 장면에서 카프카를 인용하여 기억할 수 있음의 소중함과 인간의 필연적인 유한함을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해외에서는 별도의 DVD로 발매된 작품이니 소장 자체가 이득이기도 하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펠리니를 ‘마법처럼 세상을 헤쳐간 예술가’라고 회고한다.
펠리니가 줄리에타 마시나를 사랑했던 이유는 ‘광대처럼 재미있어서’였다고.
“펠리니는 모두가 넥타이처럼 알고 있어야만 한다!”고 외치는 로베르토 베니니.
“인생은 다음 목적지를 바로 옆에 둔 짧은 여행과 같다.” 마스트로얀니의 인생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