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극장가까지도 흑인배우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5년 1월부터 3월까지 미국 박스오피스를 결산한 결과, 흑인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유달리 강세를 보였다고 <뉴욕타임스>가 3월27일 보도했다.
1/4분기의 마지막 주였던 지난 주말 흥행 1위작 <게스 후> 역시 인종 차이를 다룬 코미디 영화로, 흑인배우 버니 맥이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와 함께 소니 픽처스가 배급해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와 <아직 멀었어요?> 역시 윌 스미스와 아이스 큐브가 각각 주연한 영화들. 특히 이 두 편은 2005년 흥행 순위 1, 2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까지 <Mr.히치>의 미국 누적수입은 1억6650만달러이고, <아직 멀었어요?>는 8000만달러다.
흑인영화로 쏠쏠한 재미를 본 스튜디오는 소니 뿐만이 아니다. 파라마운트는 새뮤얼 L. 잭슨의 <코치 카터>로 668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라이온스 게이트는 <다이어리 오브 어 매드 블랙 우먼>으로 494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흥행집계 전문회사인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의 대표 폴 더가라비디언은 “흑인배우들에게 2005년은 분명히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라면서 “흑인배우를 캐스팅한 영화가 흥행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흥행 2위로 데뷔한 존 트라볼타의 <쿨>에도 인기 흑인배우인 세드릭 더 엔터테이너가 출연하며 감독 F. 게리 그레이 역시 흑인이다. 이 영화를 제작한 MGM은 일찍부터 흑인 중 재능있는 배우, 작가, 감독 등을 발굴, 활용하는데 주력해온 대표적인 스튜디오다. 흑인들이 사는 동네의 이발소를 배경으로 한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Barbershop)1,2편과 곧 개봉할 퀸 라티파 주연의 <뷰티샵>(Beauty Shop) 등이 바로 그 산물. MGM의 부회장 크리스 맥거크는 “우리가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시리즈 등 저예산 흑인 코미디물을 연달아 히트시키자, 이 영화들이 세련된 흑인 취향(urban)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의 모범사례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그렇지만 흑인 영화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올해 1/4분기 미국 박스오피스 전체 수입은 작년 같은 시기보다 1% 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이맘때 개봉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같은 메가톤급 흥행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더가라비디언이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