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희극지왕> 세상의 반은 눈물, 나머지 반은 웃음
2005-04-02
글 :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세상의 반은 눈물. 나머지 반은 웃음이라 했던가. 배꼽이 빠져라 포복절도하는 웃음 끝에 문득 인생의 씁쓸한 맛이 베어 나오고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 피어나오는 수줍은 미소에서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것. 일찍이 원조 희극지왕, 찰리 채플린이 몸소 보여주었듯 그것이 바로 산다는 것이 아닐까? 홍콩 코미디의 지존 주성치의 1999년작 <희극지왕>은 이렇듯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삶에 대한 주성치식의 예찬이자 이를 자유자재로 버무리는 감독 주성치의 공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소림축구>와 <쿵푸허슬> 이후 국내에서도 급상승한 주성치에 대한 비중과 관심을 반영하듯 최근 잇달아 DVD로 출시되고 있는 그의 전작들을 만나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덕분에 뒤늦게 만나게 된 <희극지왕>은 범상치 않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소림축구 UE> <쿵푸허슬> DVD 덕분에 높아진 한결 눈높이만 낮춘다면 그럭저럭 만족할만하다.

극중에서는 변변한 역도 제대로 맡지 못하는 삼류 ‘엑스트라’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기실은 제목처럼 스스로를 ‘희극지왕’으로 임명해버리는 뻔뻔함(혹은 센스!). 콧물과 오물, 패러디가 난무하는 막무가내식 유머 등 흔히 ‘주성치식’이라 표현되던 특유의 부조리한 세계는 최근 <쿵푸허슬>에서의 (혹자는 경악하고 혹자는 감탄했고 혹자는 열광했던) 고도로 정제된 모습과는 확실히 다른 맛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주성치의 (영원할 줄 알았던) 황금우구, 오맹달를 만나는 감흥은 반가움 이상이다. 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유독 차분하고 진지해진 배우 주성치와 감독 주성치로서의 세련된 연출력 등은 <소림축구>와 <쿵푸허슬>로 이어지는 최근 변화의 전조 역시 느끼게 한다.

DVD 부록으로 수록된 주성치 인터뷰에는 “이후 반드시 쿵푸 액션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온다. 1999년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다졌던 이 다짐이 결국 <소림축구>와 <쿵푸허슬>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무리 삶이 힘들고 그대를 속일지라도 언제나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반드시 그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 이 간단하고 낙관적이며 흔들림 없는 믿음은 <희극지왕> 이전도 최신작 <쿵푸허슬>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는 콧물과 황당무계한 유머와 웃음이 넘쳐나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비극적인 정조와 또 그만큼의 희망이 공존한다.

DVD의 인터뷰에서 주성치는 최고의 ‘희극지왕’으로 찰리 채플린을 꼽는다. 그리고 그 역시 어느 사인가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던 무성시대 거장들의 세계를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보너스! 주성치에 한 발 더 빠져들고 싶다면 주성치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엔딩 크레디트의 NG 장면들을 따로 모아놓은 DVD 부록은 놓치지 마시길)

불법 VCD에 대해 개탄하는 성룡
불법 근절을 강조하는 주성치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NG 장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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