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반은 눈물. 나머지 반은 웃음이라 했던가. 배꼽이 빠져라 포복절도하는 웃음 끝에 문득 인생의 씁쓸한 맛이 베어 나오고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 피어나오는 수줍은 미소에서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것. 일찍이 원조 희극지왕, 찰리 채플린이 몸소 보여주었듯 그것이 바로 산다는 것이 아닐까? 홍콩 코미디의 지존 주성치의 1999년작 <희극지왕>은 이렇듯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삶에 대한 주성치식의 예찬이자 이를 자유자재로 버무리는 감독 주성치의 공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소림축구>와 <쿵푸허슬> 이후 국내에서도 급상승한 주성치에 대한 비중과 관심을 반영하듯 최근 잇달아 DVD로 출시되고 있는 그의 전작들을 만나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덕분에 뒤늦게 만나게 된 <희극지왕>은 범상치 않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소림축구 UE> <쿵푸허슬> DVD 덕분에 높아진 한결 눈높이만 낮춘다면 그럭저럭 만족할만하다.
무엇보다 주성치의 (영원할 줄 알았던) 황금우구, 오맹달를 만나는 감흥은 반가움 이상이다. 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유독 차분하고 진지해진 배우 주성치와 감독 주성치로서의 세련된 연출력 등은 <소림축구>와 <쿵푸허슬>로 이어지는 최근 변화의 전조 역시 느끼게 한다.
DVD 부록으로 수록된 주성치 인터뷰에는 “이후 반드시 쿵푸 액션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온다. 1999년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다졌던 이 다짐이 결국 <소림축구>와 <쿵푸허슬>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무리 삶이 힘들고 그대를 속일지라도 언제나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반드시 그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 이 간단하고 낙관적이며 흔들림 없는 믿음은 <희극지왕> 이전도 최신작 <쿵푸허슬>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는 콧물과 황당무계한 유머와 웃음이 넘쳐나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비극적인 정조와 또 그만큼의 희망이 공존한다.
DVD의 인터뷰에서 주성치는 최고의 ‘희극지왕’으로 찰리 채플린을 꼽는다. 그리고 그 역시 어느 사인가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던 무성시대 거장들의 세계를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보너스! 주성치에 한 발 더 빠져들고 싶다면 주성치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엔딩 크레디트의 NG 장면들을 따로 모아놓은 DVD 부록은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