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로봇>의 홍보 차 내한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크리스 웻지 감독의 출세작 <아이스 에이지>. 빙하기의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CG 애니메이션으로,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등으로 독주하던 픽사에 자극을 준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20세기 폭스에서 출시한 <아이스 에이지> DVD에는 본편 못지않은 재미를 갖춘 부록들이 많다. 그 가운데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스크랫의 모험을 그린 4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Gone Nutty"는 가히 압권. 본편에서 조그마한 몸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도토리를 땅 속에 쑤셔 박던 스크랫의 행동은 때로는 커다란 재난을 가져왔는데, 이 단편에서는 그 재난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자신의 도토리 창고에 마지막 도토리를 쑤셔 넣은 것이 재난의 전주곡이 되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게 된 스크랫. 하지만 그런 자신의 처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도토리에 대한 욕심만으로 공중 곡예(?)까지 펼치고 결국에는 대륙이동의 원인 제공자가 된다. 황당하지만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전개와 곡예 장면에 맞춰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이 한바탕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