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스노우맨> 20년 만에 밝혀진 스노우맨의 탄생 비밀
2005-04-05
글 : 조성효

글자 없이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레이먼드 브릭스의 1978년 원작 <스노우맨>은 지금까지 영국에서만 650만권이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출판과 동시에 고전이 된 책처럼 다이앤 잭슨이 연출한 애니메이션도 첫 방송과 동시에 고전이 된 작품이다. 선배격 애니메이션인 <루돌프 사슴>이나 <눈의 여왕>과 함께 <스노우맨>은 언제부턴가 이 작품을 보지 않으면 성탄절을 제대로 보내지 않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성탄절과 동의어가 되고 있다.

영국의 <채널4>를 통해 첫 방송을 탄 지 20년 만에 <스노우맨>이 새 단장을 하고서 국내에 DVD로 발매되었다. 20년 전의 영상을 담은 북미판 DVD 버전과 비교할 때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데이비드 보위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실사영상의 오프닝이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에서의 산타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오프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북미 버전의 오프닝은 메이킹 다큐에서 볼 수 있다).

북미 버전이 스타의 명성을 이용하여 조금이나마 인지도를 높이려 하다가 이질적인 영상을 보여 줬다면, 20주년 기념판에 와서야 <스노우맨>은 비로소 동질의 인트로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그동안 실제 노래 부른 사람이 누구냐로 의견이 분분했던 <Walking in the air>의 싱어, 피터 아우티의 이름이 드디어 엔딩 크레딧에 올려졌다는 점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 작품의 오리지널 영상은 당시 TV화면에 맞는 4:3 화면비로 제작되었다. 20주년 기념판이 최근 추세인 16:9 와이드 화면에 꽉 차게 나온 것은 좋은 시도였지만 기존의 4:3 화면에서 아래, 위가 과도하게 잘려져 원본 영상이 심하게 훼손되어 버렸다(이것은 영국에서 발매된 20주년판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보상은 부록에서 찾을 수 있다.

메이킹 다큐에는 레이먼드 브릭스는 물론이고 작업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들과 제작자 존 코트, 작곡가 하워드 브레이크 등이 출연하여 20년 전 어떻게 이 작품이 시작되었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애니메이터들이 한 최초의 일은 원작 수십권을 사다가 그림들을 오려 짜깁기 하는 것이었는데 이들이 습작 형태로 만든 초기의 애니메이션이나 스토리보드도 DVD에 담겼다.

스탭이 밝히는 옥에 티도 재미있는데 주인공 제임스가 속옷도 입지 않고 바지만을 입었다는 점이나 2층서 내려볼 땐 보이지 않던 오토바이 커버 위의 눈이 5초 뒤엔 쌓여 있는 점 등은 그동안 자주 보면서도 눈치채지 못한 부분들이라 더욱 흥미롭다. 계절적으로 맞진 않지만 20년이 지나도록 녹지 않고 기억되어온 <스노우맨>과 함께 4월의 크리스마스를 느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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