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스타트렉 8 SE> 스타트렉 입문자를 위한 선택
2005-04-08
글 : 듀나 (영화평론가·SF소설가)

<스타트렉>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관객들에게 <스타트렉> 영화들은 의미 없는 낯선 이름들이 쓰여 진 안내판들만 잔뜩 굴러다니는 미로와 같다. 1960년대에 오리지널 <스타트렉>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3시즌짜리 간소한 시리즈로만 끝날 줄 알았던 이 작은 세계는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 <스타트렉: 딥 스페이스 나인>, <스타트렉: 보이저>, <엔터프라이즈>로 이어지는 스핀오프들과 함께 조금씩 부풀어 갔다.

이제 이 영화들은 차분하게 관객들에게 다루는 세계의 설정이 무엇인지 설명할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는다. 설정 자체가 이렇게 크게 부풀었으니 설명 자체가 무리이긴 하다. 설명하다보면 영화 한 편이 날아갈 판이다.

그래도 <스타트렉>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영화 한 편만 골라달라면? 아무래도 <스타트렉 8 - 퍼스트 콘택트>를 고르는 게 가장 안전할 듯하다. 오리지널 시리즈부터 따라온 골수팬들이라면 이전에 나온 오리지널 캐스팅의 영화들 중 한 편을 고르겠지만 그렇게 순수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 지금의 <스타트렉> 우주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는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스타트렉 8 - 퍼스트 콘택트>의 내용은 장 뤽 피카드 선장이 이끄는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엔터프라이즈호가, 300년 전으로 돌아가 지구를 동화시킨 보그족의 음모를 막는다는 거다. 보그족들을 따라 함께 과거로 돌아간 그들은 워프 항법을 발명해 지구를 다른 고등 문명에게 소개한 제프럼 코크레인 박사를 만난다. 일등항해사 라이커 일행이 코크레인 박사를 도와 첫 번째 워프 비행을 성사시키려고 하는 동안, 장 뤽 피카드는 우주선을 정복하려 하는 보그 일당과 싸운다. 물론 그는 1시즌에서 그를 억지로 동화시킨 보그족들에 대한 분노를 아직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장 뤽 피카드가 누구냐고? 보그족과 동화는 또 뭐냐고? 피카드와 보그족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냐고? 걱정하실 필요 없다. 영화는 여전히 캐릭터들의 관계나 사생활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지만, 그래도 중간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 세계의 분위기와 역사에 대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영화는 시간 여행 이야기를 통해 <스타트렉>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보여준다.

게다가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썩 재미있다. 지구의 코미디와 우주공간의 액션이 번갈아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다소 산만하게 보이지만, 두 이야기 모두 구식 SF적인 매력을 듬뿍 지니고 있다. 이 영화를 위해 환골탈태한 보그족과 보그 퀸은 무시무시한 괴물들이며 제프럼 코크레인을 연기한 제임스 크롬웰은 <스타트렉> 세계를 반쯤은 놀려대고 반쯤 진지하게 받아들인 경쾌한 연기를 보여준다. 물론 인간 이성과 발전에 대한 <스타트렉> 특유의 낙천적인 비전은 여기에서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렉 8 - 퍼스트 콘택트>은 모든 관객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수많은 농담들과 드라마가 사전 정보가 있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일반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런 게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골수팬들을 위해 제작된 영화라는 걸 인정한다면, 이 영화가 시도한 보편성의 추구는 꽤 성공적이다.

흥미로운 특수효과의 세계

자, 이제 새로 나온 DVD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본편이 실린 첫 번째 디스크는 세 개의 코멘터리를 제공한다. 두 개의 음성 코멘터리, 하나의 자막 코멘터리. 자막 코멘터리는 다른 음성 코멘터리와 함께 볼 수 있다. 두 번째 디스크는 이 DVD를 위해 새로 만든 정보 제공용 다큐멘터리들을 담고 있는데, "Making First Contact" 같은 건 뻔한 자화자찬이라 질리고, SETI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First Contact: The Possibilities" 같은 건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넣은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나머지는 전체적으로 풍부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스타트랙> 오리지널 시리즈 장면
제리 골드스미스의 생전 모습

만약 여러분이 특수 효과에 관심이 있다면 "Scene Deconstruction" 섹션을 보시길. 보그 퀸이 합체되는 장면에 쓰이는 쿨한 특수효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세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영화를 다 보고도 이 작품이 속해있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The Star Trek Universe"에서 "The Legacy of Zefram Cochrane"과 "The Borg Collective"를 감상하시길. 이 정도면 작품 속의 스토리를 무리 없이 이해할 정도는 된다. 얼마 전에 타계한 <스타트렉> 영화와 시리즈의 전문 작곡자 제리 골드스미스에게, 작가들과 스탭들이 바치는 헌사인 "Jerry Goldsmith: A Tribute"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섹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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