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제니, 주노> 영화와 현실의 미묘한 평행선
2005-04-08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15세 중학생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 <제니, 주노>가 일으킨 여러 가지 논란은 관객들에게 현실과 영화 사이의 간극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여고생과 대학생이 얼떨결에 부부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 <어린 신부>를 통해 주목을 받았던 김호준 감독은, 소재의 측면에서는 전작보다 한 술 더 뜨는 <제니, 주노>에서 그 동안 한국 영화가 비켜왔던 영역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아직 고답적인 성 윤리가 대세인 한국에서 찬반양론이 거세게 불어 닥친 것은 당연지사. 개봉 당시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그러한 딱딱한 현실을 깨고 10대들의 성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다는 것이 영화의 의도임을 밝혔으나, 흥미롭게도 뚜껑을 열어 본 <제니, 주노>는 미혼모, 낙태, 유산 등의 피비린내 나는 현실의 냄새가 완전히 걷어내어진, 순수한 10대들의 성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였다.

이러한 사실은 DVD의 부록에서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데, 먼저 김호준 감독의 인터뷰인 ‘우리 영화는...’을 보면 ‘<제니, 주노>는 기존의 청소년 영화와 차별을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고,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도 좀 더 관심을 갖고 10대 임신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보기를 원했다’는 감독의 변이 실려 있다. 하지만 미술감독의 인터뷰 ‘십대들의 공간’을 보면, 세트 디자인과 소품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예 미술감독 자신은 ‘판타지 느낌이 많이 나는 것이 감독의 의도’ 라고 밝힌다. 결국 현실을 참고로 했으되, 보여주는 방식은 판타지가 되어야 한다는 영화의 모순점을 완벽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개봉 당시 국회 시사회를 열었던 안명옥 국회의원의 인터뷰 ‘영화 밖에서’는 더욱 흥미롭다. 10대 임신의 실제 통계를 제시하고, 영화 속 판타지와 현실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안 의원의 주장은 이 영화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고려하여 균형을 맞추기 위해 넣은 부록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DVD의 퀄리티는 평균치에 가깝다. 10대들의 성 판타지를 다룬 영화답게, 화면은 빛깔이 곱고 화사한 톤으로 이루어져 있다. 필름 특유의 잡티가 종종 눈에 띄기는 하지만, 어두운 장면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밝고 경쾌한 작품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뽀샤시한 어린 배우들의 얼굴에 나타난 화장기까지 보일 정도.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도 대사와 효과음, 배경 음악 등을 빠짐없이 잘 살려주고 있어 감상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김호준 감독 인터뷰
안명옥 국회의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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