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런던] 성적 묘사 물의 일으킨 <9 songs> 등급제재 없이 개봉
2005-04-14
글 : 이지연 (런던 통신원)
섹스는 섹스일 뿐 문제없다
<9 songs>

영국 영화등급심의위원회는 동물 학대 이슈에는 민감하지만, 영화에서의 성적 묘사에 대해서는 극도로 관대해진 것일까? 마이클 윈터보텀의 <9 songs>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실제로 섹스를 하고, 그 장면을 영화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18세 이상 관람가를 받은 이 영화에 대해 등급위원회는 아무런 삭제 요구도 하지 않았다. 프랑스 감독 파트리스 셰로가 런던에서 만들었던 영화 <정사>(2001)도 영화 속의 거의 실제에 가까운 성적 묘사 때문에 물의를 빚기는 했지만 이 영화의 개봉 당시, 등급위원회는 역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9 songs>에서는 두 남녀의 성기를 그대로 빈번하게 보여주고, 오럴섹스 장면 등을 포함한 성적인 장면들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영국 영화비평가들과 관객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같다.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성적인 관계들에 연결된 정서적이고 육체적인 반응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을 예민하게 그려낸 수작이라는 상찬을 받았다. 한 인터뷰에서 마이클 윈터보텀은, 섹스를 실제로 하지 않으면서 섹스장면인 양 찍는 것은 속임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목인 <9 songs>는 영국의 유명한 음악 공연장인 브릭스턴 아카데미에서 만난 두 남녀가 9번 다른 공연에 가고 그 사이사이 섹스를 하며 지내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는 영화의 내용과 맞물려 있다. 남극 대륙으로 장기간 러서치 여행을 떠나야 하는 남자는 교환 학생으로 일년간 런던에 오게 된 젊은 미국 여자를 우연히 만나고, 그녀에게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 조금씩 강해지지만, 결국은 표현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를 보내준다. 이 9번의 공연들은 모두 실제 공연장에서 찍은 장면들로 Franz Ferdinand, Von Bondies, Elbow, BRMC(Black Rebel Motorcycle Club) 등 쟁쟁한 밴드들의 공연장면들을 보여준다. 6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속에 음악과 섹스, 관계에 대한 감정의 편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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