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아이언 자이언트 SE> 스토리보드 스탭의 재치
2005-04-14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테디 뉴튼. 왠지 한 가닥 할 것 같은 아우라를 풍기는 인상이다.

<아이언 자이언트>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단연 학교 시퀀스다. 불 꺼진 교실에 아이들이 모여 있고, 그들이 영사기를 통해 보는 것은 핵전쟁이 벌어졌을 때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책상 밑에 들어가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어요’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요령을, 말도 안 되는 노래와 함께 들려주는 민방위 홍보 영화다.

레드 콤플렉스가 극성을 부렸던 50년대 말의 미국을 비꼰 독특한 센스가 빛나는 이 장면은, <아이언 자이언트>의 스토리보드를 그렸던 테디 뉴튼의 작품이다. 서플먼트에는 아예 이 사람을 위한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인데, 워낙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았던 사람이라 코너의 이름도 ‘미지의 인물(The X Factor)’이라고 붙여놓았다. 여기서는 뉴튼이 그린 스토리보드의 한 시퀀스를 통째로 볼 수 있는데, 주인공 호가드의 엄마 애니(제니퍼 애니스톤이 목소리를 빌려주었다)가 고철상 주인 딘과 데이트하는 장면으로, 극중에는 나오지 않지만 본디 괴짜 같은 성격이었을 법한 딘의 캐릭터를 뉴튼이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역시 영화 속에서는 일부만이 보여 졌던 민방위 홍보 영화도 ‘Duck and Cover Sequence’라는 코너를 통해 전체 분량을 감상할 수 있다. 완성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스토리보드를 더빙과 함께 연결한 것이긴 하지만, 재미있는 가사와 함께 뉴튼의 과격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아이디어의 진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독조차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혀를 내두른 한 스탭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이 부록들은 SE 버전에서만 볼 수 있다.

뉴튼이 스토리보드 작업을 맡은 극중의 한 장면.
브래드 버드 감독은 뉴튼에 대해 ‘설명 불가능’이라고 단언한다.

미공개 데이트 시퀀스 중에서 프로판 가스로 고기를 굽는 딘.
민방위 홍보 영화 풀 버전. 뉴튼이 직접 더빙을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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