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인 ‘엑스 파일’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인기 1~2위를 다투는 남자 댄스 가수 2명 가운데 1명은 ‘강남 필(feel)’이고 다른 1명은 ‘강북 필’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물론 음악성보다는 외모나 이미지를 가지고 한 얘기일 터다. 서울 강남과 강북 두 지역에서 유행하는 패션이나 스타일이 실제 차이가 있음을 감안할 때 선호하는 연예인 이미지 또한 서로 다를 법 하다.
이미지뿐 아니라 음악적 내용에 있어서도 지역별 선호도가 갈린다. 클래지콰이는 주로 강남에서 인기가 있는 반면, 코요태는 강북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클래지콰이의 세련된 도회풍 라운지 음악은 강남 청담동을 중심으로 한 클럽가에서 많이 흘러나오고, 코요태의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귀에 꽂히는 팝댄스 음악은 뒷골목 선술집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런 구도는 서울과 지방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클래지콰이 음반의 판매 비율은 서울과 지방이 7:3인 반면, 코요태 음반은 그 반대”라고 한 음반 유통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렇다면 영화에 있어서도 이런 편차가 존재하는 걸까? 지난 1일 개봉한 <달콤한 인생>과 <주먹이 운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각각 ‘강남 영화’와 ‘강북 영화’로 불린다. 이런 구분은 실제 서울과 지방의 관객차로 나타난다. <달콤한 인생>은 서울 관객이 지방 관객에 조금 못미치는 반면, <주먹이 운다>는 서울보다 지방 관객이 2배 가량 더 많이 들었다. 지난해 개봉했던 <돈텔 파파>는 서울보다 지방 관객이 3배 가량 많았다.
<주먹이 운다> 제작사는 “배우의 연기 위주로 관객을 웃기거나 울리는, 비교적 선명한 영화가 지방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며 “지방에도 복합상영관이 많아진 만큼 코미디 영화의 경우 제작 단계에서부터 지방 관객을 염두에 두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시사회를 강남과 강북에서 각각 열어 강북에서의 반응이 특히 좋으면 지방에서도 잘 된다는 얘기가 농담처럼 떠돈다”고 덧붙였다.
<달콤한 인생> 제작사는 “서울에서의 반응이 특히 좋은 편인데,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주위에서는 영화의 스타일을 이유로 든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호텔 내부 인테리어나 배우들의 세련된 패션, 감각적인 화면 등이 스타일을 선호하는 관객들을 끌어당겼다는 것이다. 농담처럼 ‘청담동 사극’이라 불렸던 <스캔들-남녀상열지사>, ‘청담동 호러’라고 불렸던 <장화, 홍련>도 고급스러운 스타일이 흥행에 일조했다.
그렇다고 강남·강북, 서울·지방 영화의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닌 듯하다. <달콤한 인생>과 <스캔들> <장화, 홍련>을 제작한 영화사 봄은 “<장화, 홍련>은 스타일에 비중을 둔 공포 영화였음에도 지방 관객이 많이 들었다”며 “영화에 대한 지역별 선호도 기준을 명확하게 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