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역전의 명수> 정준호
2005-04-15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10년 연기경험 쏟아도 1인2역은 어려워”

“잘 되던 못 되던 내 탓인 영화”란다. <역전의 명수> 개봉(15일)을 앞둔 정준호(35)는 1인2역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것처럼, 초조한 듯 초연한 듯 상반된 표정을 번갈아 내비치며 새 영화 얘기를 풀어갔다.

정준호는 이 영화에서 2분17초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 명수·현수 역할을 맡았다. 현수는 출세에 눈이 멀어 애인도 양심도 내던진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고, 명수는 국밥 마는 어머니한테 빌붙어 사는 역전 ‘죽돌이’. 현수는 ‘잘될 놈에게 몰아주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집안의 기대와 지원을 한몸에 받는다. 반면 명수는 ‘여자 말을 잘 듣자’는 가훈에 따라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현수 대신 군대와 감옥 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한편, 명수 앞에 나타난 ‘현수가 버린 여자’ 순희(윤소이)는 현수와 똑같이 생긴 명수를 이용해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 한다. 명수는 ‘거사가 끝나면 한 번 자주겠다’는 순희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영문도 모른 채 은행털기와 폭행치상에 휘말리지만 인생은 뜻밖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

선악구분 확연한 쌍둥이 형제, 연기 자평 55점…아쉽지만 뿌듯

정준호는 1인2역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제발로 제작자를 찾아가 배역을 따냈다. 하지만 이미 영화 <두사부일체>와 드라마 <안녕 내 사랑>에서 ‘일자무식 의리파’와 ‘비열한 악역’을 연기한 적이 있는 정준호에게도, 한 영화 안에서 선·악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두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명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돌보며 자신을 헌신하는 사랑의 화신이고, 현수는 성공과 야망을 위해 가족을 희생시키는 욕망의 화신입니다.” 정준호는 판이한 두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그간 쌓아온 경험과 상상력을 총동원했다. “대접 톡톡히 받고 자란 장남이라,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명수를 백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능력만 된다면 조건 좋은 여자 만나고 싶고, 또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군대건 감옥이건 누군가 대신 가주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겠죠. 현수도 십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험과 상상력에 덧붙여, 정준호는 <범죄의 재구성>과 <인어공주>를 보며 박신양과 전도연의 1인2역을 사전 연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1인2역에 대한 자기평가는 55점. 특히 현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현수가 나쁜 동생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이유와 콤플렉스 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요. 시나리오의 한계도 있었고, 연기도 부족했습니다. 촬영이 고되고 힘들어 ‘빨리 끝내고 자야지’ 하는 마음으로 찍은 장면들이 있는데, 영화 보는 내내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정준호는 “<역전의 명수>는 영악하고 세련되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애써 피해간 순박한 사랑 영화”라며 “순박한 영화를 끌고 가는 순박한 1인2역 연기에 애정을 가져달라”고 애교섞인 주문을 덧붙였다.

연기생활 10년 만에 아쉽지만 뿌듯한 1인2역을 마친 정준호는 올 여름 브라운관으로 돌아간다. 6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이유는 “어머니가 텔레비전 드라마를 좋아하시기 때문”. <가문의 영광>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정은과 드라마 <루루공주>에서 다시 커플이 된다. 연말에는 정웅인·정운택 등 <두사부일체> 멤버들과 함께 속편 <투사불일체>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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