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파이팅 에츠코> 자, 다시 한 번 힘내자구요
2005-04-16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1976년, 일본 시코쿠 지방의 마츠야마.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에츠코는 황소고집에 어딘가 흥미를 느끼면 끝까지 파고드는 깡순이 기질을 가진 소녀다. 그녀는 평소 동경하던 조정을 배우기 위해 학교 조정부에 가입하려 하지만, 여자부원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이에 스스로 여자 조정부를 만든 에츠코는 부원들과 함께 나간 지방예선 대회에서 보기좋게 꼴찌를 하고 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습을 거듭하는 에츠코와 조정부원들은 전국대회를 목표로 다시 한 번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한다.

이소무라 이츠미치 감독의 영화 <파이팅 에츠코>는 얼핏 남자 수중발레단의 이야기를 다룬 <워터 보이즈>를 연상시키는 설정을 취하고 있다. <파이팅 에츠코>에서도 엉뚱하게 조정부를 만드는 여고생이 등장하여 땀냄새나는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남성 조정부에 도전장을 내밀고, 전국대회에 나가 그들을 멋지게 이기는 유쾌한 이야기로 흘러갈 것만 같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남녀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면서 그 엉뚱한 상황이 주는 웃음을 전략으로 취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열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가 조정이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스포츠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당 종목에서의 승리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간신히 꼴찌를 면하며 올라간 지역예선 결승전에서 에츠코가 이끄는 조정팀은 다시 한 번 패배하고, 이내 3학년이 된 그녀들은 조정을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접어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단순히 흥미로 시작한 조정은 점차 에츠코들의 가장 소중한 목표로 바뀌게 되고, 이들이 시합 때마다 보여주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포기와 단념을 모르는 열정이라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매일매일 꿈 많던 시절의 포부를 하나씩 버리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파이팅 에츠코>가 던져주는 교훈은 바로 원제인 ‘간밧테이키마쇼’의 의미 그대로 다시 한 번 ‘힘내서 가보자’는 격려의 메시지다.

DVD는 부드러운 느낌의 화면으로 이 잔잔한 드라마와 무척 잘 어울리는 영상을 보여준다. 영화 전체를 감싼 모노톤의 색감은 30년 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 어울리는 애잔한 분위기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낸다. 사운드 역시 열심히 노를 젓는 소녀들의 청아한 목소리와 이상은의 주제가 ‘어기야 디어라’를 또렷하게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부록은 예고편과 포토 갤러리뿐이지만, 눈썰미가 좋은 감상자라면 숨겨져 있는 뮤직 비디오를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그 감동을 되새기기에 좋은 부록이다.

포토 갤러리
이상은 뮤직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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