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코트를 휘날리며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오는 이 남자. 잔뜩 폼을 잡은 채 자리에 앉으려 하지만, 아뿔싸 그의 엉덩이 아래 놓인 것은 목욕탕에나 있어야할 앉은뱅이 의자가 아니던가.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최대한 우아하게 쭈그리고 앉아 사방을 노려보는 그의 자태에 순간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자신의 출세작 <도성>의 한 장면을 한 번 더 뒤집는 범상치 않는 센스를 발휘하는 이 남자, 바로 웃음의 해결사 주성치이다.
1991년 홍콩 흥행순위 5위를 차지했던 <정고전가>는 <도학위룡> <도성> <신정무문> <가유희사> 등 막무가내 웃음과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화려한 말장난, 털끝에서 콧물에 이르기까지 몸과 분비물을 아끼지 않는 살신성인으로 승승장구 뻗어나가던 주성치의 초기 대표작 중 한편이다. 이 땅의 오래된 주성치 팬들에겐 주변의 비웃음을 뒤로 한 채 굳건히 그의 영화를 봐왔던 그 때 그 시절의 추억 많은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감독 주성치로서 환골탈태한 듯 세련미로 가득한 <쿵푸허슬>이였기에 오히려 그 빈자리가 더욱 아쉬웠던 오맹달과의 찰떡궁합을 다시 만나는 감흥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가짜 아들로 위장한 주성치가 오맹달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아빠’라는 말에 스프링 인형처럼 온 몸을 동시에 흔들어 대는 장면이나 몸에 들러붙는 운동복을 입고 머리에는 커다란 수건을 맨 채 열심히 에어로빅을 하는 장면 등 두 사람의 호흡은 환상 자체. 여기에 주성치, 오맹달과 어우러져 경극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어긋난 박자로 뮤지컬의 한 장면을 선사하는 유덕화의 한 없이 망가진 모습이 웃음을 더한다.
주성치가 귀신도 놀랄 지상 최고의 실력파 해결사로 분해 예의 뻔뻔한 자신감과 유치한 웃음의 진수를 선사하는 <정고전가>는 그의 최고작은 아니지만, 웃음으로 홍콩과 아시아 전역을 사로잡은 주성치의 넘치는 에너지를 만끽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영화다. 그 부조리한 웃음과 말장난이 당시에는 낯설고 유치해 보였을지라도 오히려 지금의 감각에 더 어울리는 듯도 싶다.
당시 홍콩 코미디에 즐겨 등장했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싸움 장면도 필수, 과거 비디오로 이 영화를 봤던 이라면 잊기 힘든 주성치와 유덕화의 문제의(?) 키스 장면, 더불어 마지막 반전 역시 놓치면 손해일 것이다. DVD는 제작년도를 감안하면 비교적 깨끗한 화질을 선사한다. DTS를 지원하지만 특별한 효과는 느끼기 힘들다. 부록은 단촐한 편, 국내 출시 비디오에 수록됐던 91년 주성치 등의 한국 방문 영상물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