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서울 있을 때 기자시사회에 참석하는데, 극장 안 조명이 어두워지기 전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보도자료집을 보다보면 영화가 괜찮을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감을 느낄 수 있다. 문장 끝마다 느낌표가 하나씩만 찍혀 있으면, 영화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문장이 두개의 느낌표로 끝나면 제작사가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데 느낌표로 이걸 보상하려는 것 같다. 모든 문장이 세개 이상의 느낌표로 끝나면, 앞으로의 두 시간이 괴로운 경험이 될 것이란 걸 알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는 특정 정보를 찾을 때 빼고는 보도자료집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국 보도자료와 국제 보도자료에서 볼 수 있는 글쓰기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한마디로 한국 보도자료는 서양의 것에 비해 훨씬 더 ‘열광적’이다. 박해일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스타라면 그저 ‘카리스마가 있는 스타’라 하지 않고, ‘제일의 톱슈퍼스타’라 한다. 보도자료집들을 너무 많이 읽다보면 얼마 안 돼 한국 배우와 여배우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가 제일의 톱스타거나 제일의 미래 스타라 믿기 시작하게 된다.
해외 독자들은, 흔히 있는 경우처럼 해외에 판매되는 영화의 국내용 보도자료가 영어로 번역되어 국제용 보도자료로 쓰일 때 가끔 이런 맛을 보곤 한다. 이해할 수 있는 관행이다. 완전히 새로운 국제용 보도자료를 만들어줄 작가를 고용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며, 추가되는 비용은 이득에 상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흥미로운 이(異)문화간의 불협화음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문화마다 호언장담하는 것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언젠가 읽은 것인데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선 자기 능력을 자랑하는 스포츠 스타는 솔직하다고 더 높이 평가되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백인 미국인들은 허위 겸손을 보이지 않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동유럽에서 온 친구가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에 메가박스 현수막에 ‘세계 최고의 극장’이라고 쓰인 것을 보고 상당히 기분 나빠한 적이 있다. “저런 말을 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면서 진정으로 화가 난 것 같았다.
대부분의 미국과 유럽 보도자료집은 솔직히 말해서 좀 지루하다. 칸이나 아메리칸필림마켓(AFM) 같은 마켓에 가서 보도자료집 한 뭉치를 주워들면, 대부분 뉴스 기사처럼 읽히고 실제로 영화가 재미있다거나 신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 성공적인 것들은 작고 재미있는 디테일들을 많이 제공하면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지만 필자가 제일 좋아한 보도자료집을 꼽는다면 2003년 시체스영화제에서 주운 저예산 호러영화 <몬스터 맨>의 것이리라. 몬스터 트럭을 운전하는 정신나간 좀비가 겁에 질린 무고한 십대들을 깔고 다니는 이야기의 보도자료집은 내가 상상한 영화 그대로의 것에 어울린다. 어이없고, 아마추어적이고, 정말 웃기다. 그렇지만 이런 보도자료집조차 느낌표는 없다. 단 하나도!!!!
Overdone Marketing
Occasionally I attend press screenings in Seoul, and sitting in the theater before the lights dim, I can usually get a sense of whether the movie will be any good by looking at the press kit. If every sentence ends with an exclamation point, then the film has some potential. If every sentence ends with two exclamation points, then it seems that the production company lacks confidence in the film, and the exclamation points are supposed to compensate for this. If every sentence ends with three or more exclamation points, then I know that the next two hours are likely to be a painful experience.
Like most people I pay little attention to press kits, unless I'm looking for some particular piece of information. Yet it's interesting to note that, in general, the style of writing found in Korean and international press kits are so different. In a word, Korean press kits are far more 'enthusiastic' than their Western counterparts. A charismatic star like Park Hae-il is not merely a charismatic star, he is a #1 top superstar. Soon, if you read too many press kits, you start believing that every single Korean actor and actress is either a #1 top star or a #1 future star.
International readers sometimes get a taste of this when, as is often the case, the local press kit is translated into English to serve as the international press kit for films that are sold abroad. It's an understandable practice ? hiring a writer to make a completely new international press kit would be expensive, and the added cost might not equal the benefit. But it does make for some interesting cross-cultural dissonance.
Every culture has a different attitude towards boasting. I remember reading once that in the African-American community, a sports star who boasts of his ability is more likely to be admired for being candid, while white Americans are more likely to disapprove of him for failing to display false modesty. In a similar vein, a friend of mine from Eastern Europe, while visiting the Pusan Film Festival, became quite upset when he saw a banner from Megabox that read 'The Best Theater in the World'. "They have no right to say that!" he said, and he seemed genuinely angry.
Most US and European press kits, to be honest, are rather boring. If you go to a market like Cannes or AFM and pick up a handful of press kits, you'll find that most of them read like news stories, and never actually come out and say that the film is interesting or exciting. The more successful ones perk your interest by providing lots of small, interesting details that make you curious about the film. My favorite press kit, though, has to be one that I picked up from the Sitges festival in 2003 for a low-budget horror film called MONSTER MAN. The press kit for this story about a monster truck driven by an insane zombie who drives over terrified, innocent teenagers is exactly as I imagine the film to be... silly, amateurish, and really funny. But even this press kit had no exclamation points. Not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