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4월23일(토) 밤11시45분
누벨바그 감독들 중에서도 자크 리베트는 유독 난해한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국내에 소개된 <누드모델>이나 <잔다르크> 등 비교적 쉬운 작품도 ‘대체 이 영화의 줄거리는 무엇이며 주제는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구석이 없지 않다. 영화에 특정 메시지를 담기보다 창작의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리베트 감독은, 내러티브 역시 하나의 과정으로서 영화에 새겨놓곤 한다. 누벨바그 감독에 관한 설명 중에서 “트뤼포가 연대기적 작가이며 고다르가 이론적 정치가라면, 리베트는 일종의 실험가이다”라는 언급을 유심히 새길 필요가 있다.
프랑스인 연극배우 카미유는 3년 전 이탈리아로 향한 적 있다. 극단의 연출가이자 배우인 위고와 연애 중인 그녀는, 피란델로의 연극 <네가 나를 원하듯이>의 파리 공연에 출연하면서 옛 남자친구 피에르를 찾아 나선다. 피에르는 카미유와 헤어진 뒤 발레리나인 연인 소냐와 함께 살고 있다. 한편, 위고는 파리에 있다는 18세기 이탈리아의 유명 극작가 골도니의 미발표 희곡을 찾아 헤매다가 도미니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도미니크의 의붓오빠 아튀르는 소냐를 유혹하기 위해 발레 스튜디오를 드나든다.
다른 리베트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 <알게 될거야> 역시 예술적 행위의 과정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연극 등에 종사하는 여섯 남녀의 뒤엉킨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이 영화는 복잡한 사랑의 관계가 일으키는 한바탕 소동극을 담아내고 있다. 어느 견지에선 셰익스피어의 고전극을 연상시키는 <알게 될거야>는 이미 연인이 있는 사람들이 낯선 유혹에 빠져들고, 새로운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니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다른 이에게 한눈팔기에 여념이 없는 남녀들이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 사이에서 위태위태하게 곡예를 벌이는 과정이다. 영화는 혹시나 환상과 픽션, 그리고 사랑이 하나의 범주로 묶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주제를 유쾌한 농담처럼 던지면서 우연과 필연으로 엮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많은 비평가들은 자크 리베트 감독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창작’ 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영화 텍스트의 중층적 매력이라고 해석하곤 했다. 여기서 창작과정이란 영화뿐 아니라 회화, 연극 등도 포함되는데 <알게 될거야> 역시 1980년대 이후 만들어진 자크 리베트 감독의 영화 중 여러 작품이 그랬듯,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한 영화로 묶을 수 있다. 누벨바그 감독 중 가장 일관된 작품세계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크 리베트의 <알게 될거야>는, 과거에 그가 만들었던 영화들에 비하면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