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4월22일(금) 밤 12시55분
이번주에는 세편의 유럽 단편이 방영된다. 프랑스의 <헤어드레서>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남자미용사에게 호감을 느껴 어쩔 줄 모르는 철학강사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는 경계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2001년 칸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스웨덴의 <아파트 한 채…>는 아파트에 몰래 숨어들어 가재도구들을 이용해 소음을 만들어내는 6인의 뮤지션을 보여준다. 한편의 경쾌한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이 작품은 남의 집을 도구 삼아 사운드를 즐기게 만들면서, 한편으로 집주인에게 들키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긴장을 유발한다. 흔히 볼 수 없는 노르웨이영화인 <진공청소기>는 공포영화의 스타일을 차용한다. 혼자 사는 여자의 집을 방문한 외판원은 성능 좋은 진공청소기 시범을 보인다. 침실의 먼지를 빨아들이려는 순간 여자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음울한 조명으로 공포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정교하다.
유럽의 단편들을 보면 작은 상황 안에서 오밀조밀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영화적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면이 돋보인다. 자꾸 길어지면서 드라마에 치중하는 한국 단편들과 변별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비교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