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KBS 프리미어’ 시리즈 네번째 영화 <브라더스>
2005-04-22
글 : 서정민 (한겨레 기자)
형은 예전의 형이 아니었다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가운데 십중팔구는 형과 동생의 상반된 캐릭터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모범적인 형과 끊임없이 비교 당해 삐딱해진 동생, 속물스러운 형과는 달리 세상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동생…. 그러나 대부분 끝에 가서는 형과 동생 가운데 어두운 쪽이 밝은 쪽으로 동화돼 둘이 손잡고 환하게 웃으며 자막이 올라가는 식이다.

극장 개봉과 텔레비전 방영을 같은 날 하는 ‘KBS 프리미어’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브라더스>는 전혀 다른 방식의 형제 이야기다. 처음에는 비슷하게 나가는 듯하다가 뒷부분에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릴 때부터 모두의 본보기가 돼온 형 미카엘(율리히 톰슨)과 부모의 편애 속에 비딱해진 동생 야닉(니콜라이 리 카스)은 모든 면에서 비교가 되는 사이. 아내와 사랑스러운 두 딸, 늙으신 부모 앞에서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 아들의 역할에 늘 충실한 형은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동생마저도 사랑으로 감싸안는다. 어느날 직업군인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가게 된 형이 헬기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족은 견디기 힘든 슬픔에 빠진다.

형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동생은 엉망이었던 삶을 추스르고 형의 가족을 돌보기 시작한다. 날로 변해가는 동생이 형의 빈 자리를 채워나가면서 서로 깊이 알게 된 동생과 형수 사이에서는 묘한 유대감이 싹트고, 조카들은 삼촌을 아빠처럼 따르게 된다. 한편, 기적적으로 살아난 형은 적에게 포로로 잡히고 거기서 평생 지울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는 이미 예의 그 미카엘이 아니다. 아내와 동생 사이를 끊임없이 의심하던 그는 점점 광폭해지고 평온하던 가정은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든다.

<브라더스>는 사람의 심성이 외적인 변화요인에 의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형과 동생의 심성이 서로 뒤바뀌게 되는 계기와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며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덴마크 영화로 2005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수잔 비에르 감독. 23일 단성사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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