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주인공인 최초의 작품을 만들면서 픽사가 감독직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브래드 버드에게 맡긴 것은 그가 단지 존 래스터의 동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살인병기보다는 슈퍼맨이 되길 원하며 장렬히 산화했던 <아이언 자이언트>에서 래스터는 슈퍼영웅의 진면모를 보았던 것이다. <엑스맨>에 <사이보그 009>의 캐릭터들을 합친 듯한 인크레더블 가족들은 <아이언 자이언트>와 같은 시대적 배경에서 거침없는 초능력을 발휘하다가도 가족간의 갈등을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픽사의 작품 중 가장 긴 상영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크레더블>은 감동과 재미의 픽사식 혼합비율과 함께 또 한편의 성공담을 일구어냈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설리가 가진 긴 털의 섬세함보다는 3D에 2D를 합친 듯한 단순한 캐리커처 작화를 추구한 <인크레더블>의 영상은 <토이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인크레더블’한 화질을 담고 있다. 또한 블록버스터영화의 부담스러운 사운드나 예술영화의 심심한 사운드 모두 싫었던 이들에게도 <인크레더블>은 안성맞춤일 것이다. 4:3화면에 센터채널의 모노 사운드로 영화는 시작되지만 이는 곧 5.1 DD-EX로 확장되며 자잘한 고양이 울음소리부터 육중한 옴니드로이드의 움직임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정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DVD에는 2개의 코멘터리가 있는데, 재미면에선 감독과 제작자의 것이 낫지만 4년 동안 작업한 분량이 1분도 되지 않는다는 대화를 들려주는 애니메이터들의 현장감 있는 대화도 좋다. 통상 그 위력이 떨어지게 마련인 한국어 더빙도 5.1 DD-EX로 녹음되어 영어더빙만큼이나 위력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최고의 부록은 뭐니뭐니해도 <잭잭의 공격>이다. DVD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이 단편에서 잭잭의 다양한 변신을 좀더 긴 버전으로 볼 수 있다. NG장면의 재미 함량이 기존의 픽사 DVD들보다 떨어지는 것이 불만이지만 6가지의 삭제장면들은 기대해도 좋다.
<아이언 자이언트>에서와 같은 ‘희생’을 <인크레더블>에서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면 그 이유를 이들 삭제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2D에 실사방식을 살짝 곁들인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모험>은 새뮤얼 잭슨의 미친 듯한 코멘터리를 위하여 만들어진 듯한 마니아적 작품이다. 1시간이 넘는 메이킹 다큐는 마치 픽사에서 현장강의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제작방식의 구석구석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극장 개봉시 함께 상영된 단편 <바운딩>도 코멘터리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