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면 종종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것을 절감한다. 누군가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 말도 맞다. 특히 <숀 오브 데드: 새벽의 황당한 저주>처럼 제작진 자신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고 싶은 영화를 즐기듯 내놓은 작품을 볼라치면 더욱 그러하다. 감독 에드거 라이트와 주연 사이먼 펙이 참여한 오디오 코멘터리에는 <숀 오브 데드…>에 인용, 패러디, 심지어는 아예 그대로 베낀 영화들의 목록이 쉴새없이 늘어서 있다. 좀비영화의 거장 조지 로메로(DVD 자막은 ‘로메오’로 오기)와 감독이 앵글을 참고한 존 카펜터는 기본이다. 제일 난감한 건 영국(이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명가 워킹타이틀 제작이다)의 TV시리즈에 대한 언급이다. 더욱이 감독과 주연을 비롯, <숀 오브 데드…>는 영국 <채널 4>의 인기 시트콤 <스페이스드>의 제작진이 그대로 합류했기 때문에 코멘터리의 4분의 1은 이에 관한 이야기다.
솔직히 고백하면 필자는 <스페이스드>를 안 봤기 때문에 ‘얘는 거기서 무슨 역으로 나왔고요…’ 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봤다면 감독이 가리키는 배우를 보고 ‘아하!’ 하면서 무릎을 쳤을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미지의 정보로 가득한 해설을 듣노라면 그들이 주워섬기는 그 빼곡한 리스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구해서 보고 싶어진다. 그 이유는 그들이 애정을 바쳤던 작품들이기에 현학적으로 보이려고 억지로 늘어놓은 티가 안 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코멘터리는 때때로 청자들의 탐구심을 자극하여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