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DVD로 보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대극 <스팔타커스>는 고맙게도 1991년에 복원된 완전판이다(2004년 발매된 SE DVD 기준). 이 완전판의 상영시간은 3시간 18분으로, 1960년 시사회를 통해 공개되었던 최초의 상영판인 3시간 22분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원래의 작품 의도를 최대한 살려낸 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검열을 받지 않은 상태로 일반 공개된 것이 3시간 9분판, 그리고 마르쿠스(로렌스 올리비에)가 안토니누스(토니 커티스)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유명한 장면 등이 검열로 인해 삭제되어 다시 공개된 것이 3시간 2분판, 그리고 1967년에 재상영된 버전이 대폭 단축된 2시간 41분판이다.
흔히 <스팔타커스>에서 삭제된 장면 하면 앞서 말한 로렌스 올리비에의 유혹 장면을 대표로 꼽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완전판과 1967년판이 크게 다르다.
<스팔타커스>의 마지막 장면은 반란에 실패하여 사형을 선고받은 스팔타커스와 노예들을 뒤로 하고, 스팔타커스의 아내 바리니아가 그의 갓난 아들과 함께 신분을 숨기고 떠나는 것을 그리고 있다. 이 장면에서 바리니아는 장대에 매달려 숨이 멎어가는 스팔타커스에게 다가가 자유인이 된 그의 아들을 보여주며, 아들에게 아버지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는지를 가르쳐주겠다고 말한다. 영화가 흐르던 내내 오직 자유를 꿈꾸며 철저한 계급 사회였던 로마에 과감하게 반기를 들었던 스팔타커스의 행적을 상기할 관객들에게는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적으로 관객들의 폐부를 찌르는 대사가 나온다. 고통 받는 스팔타커스의 발을 부여잡고 바리니아는 “내 사랑, 내 생명... 어서, 어서 눈을 감으세요.” 라고 말한다. 이것이 완전판(우리가 DVD로 볼 수 있는 버전)의 결말이다.
그런데, 1967년판에서는 바리니아가 아들을 데리고 다가가는 시점에서, 스팔타커스는 이미 죽은 것으로 나온다. 바리니아의 애절한 대사를 듣고만 있어야 하는 스팔타커스의 얼굴을 함께 보여주는 완전판과는 달리, 1967년판에서는 스팔타커스의 얼굴이 나오는 모든 컷을 빼 버린 것이다. 당연히 “어서 눈을 감으세요.” 라는 대사도 없고, 장면의 비극성도 크게 희석되고 만다. 완전판이 스팔타커스의 대의의 가치를 중시한 것은 물론, 그와 바리니아의 못다 이룬 사랑에 관한 감정적인 묘사도 잊지 않았다면 1967년판은 전자만을 건조하게 강조한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결과적으로 두 장면 사이의 주된 내용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여기서 관객들이 받는 감동의 차이는 엄청나다. 장면의 의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스팔타커스의 생사 여부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커크 더글러스의 얼굴을 잡은 장면, 그리고 대사 한 줄만으로도 관객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이다.
<스팔타커스 SE> DVD는 이 1967년판 결말 장면을 부록으로 싣고 있으니, 완전판인 본편과 함께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