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배트맨의 기원을 찾아서, 해외신작 <배트맨 비긴즈>
2005-04-25
글 : 김혜리

“<배트맨 비긴즈>는 앞서 만들어진 배트맨 영화들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마땅한 궁금증에 대해 외신이 전하는 첫 대답은 “어둡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연히 짜증스레 반문할 수 있다. 요즘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치고 전작보다 어둡다는 말 빼놓는 영화도 있던가? 그러니까 문제는 어둠의 색깔이다. 메가폰을 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메멘토> <인썸니아>)이 떠안은 궁극적인 과제도, 시리즈를 곤경에 빠뜨린 조엘 슈마허 감독의 3, 4편과 어떻게 절연하느냐- 그것은 기본이다- 가 아니라, 팀 버튼의 1, 2편과 어떻게 차별화하느냐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 데이비드 S. 고이어와 크리스토퍼 놀란이 선택한 전략은 단순하고 과감하다. <배트맨 비긴즈>는 현실적인 심리적 동기를 가진 스릴러를 표방한다.

백만장자의 어린 아들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은 부모가 피살되는 광경을 목격한 뒤 분노에 찬 젊은이로 성장한다. 강하고 초월적인 존재가 되려는 그는 동방으로 가 헨리 듀카드(리암 니슨)로부터 라스 알굴(와타나베 겐)이 이끄는 자객단 단원이 되기 위한 수련을 받는다. 마지막 순간 자객의 길을 거부한 웨인은 부패에 찌든 고담시로 돌아와 마피아 돈 팔코네(톰 윌킨슨), 마약 딜러인 일명 허수아비 조너선 크레인(실리안 머피)과 대적한다. ‘배트맨 시리즈의 <대부2>’가 될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모으며, 분열증적인 슈퍼히어로의 기원으로 거슬러올라가는 <배트맨 비긴즈>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배트맨의 모든 것에 “언제, 왜, 어떻게?”를 캐묻는 재미를 약속한다. 예컨대, <배트맨 비긴즈>에서 관심사는 어떤 신형 배트슈트, 배트모빌이 등장하느냐가 아니라, 배트맨의 의상과 자동차가 도대체 어떻게 처음 고안됐는가다. 또한 매번 새로 등장한 악역의 그늘에 가려졌던 전작들의 배트맨과 달리 <배트맨 비긴즈>의 배트맨은 행동하는 명실상부한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사실주의는 액션과 비주얼에도 반영됐다. 감독은 디지털 병풍을 배경에 두르는 대신 배우들을 세계 곳곳의 실제장소로 몰고 다니며 영화를 찍었다. “이 규모의 영화로서는 CG 숏이 최소일 것이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 액션 경험이 없는 감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지만, 예고편에 보이는 무협영화풍의 무공수련 장면과 액션은 나쁘지 않다. <배트맨 비긴즈>에 배정된 마케팅 비용은 1억달러로, 단일영화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 하지만 본격적인 홍보가 시작되기 전인 지금까지는 <머시니스트>에서 체중의 1/3을 줄였다가 단기간에 배트맨으로 변신한 크리스천 베일의 곡예 같은 체중조절이 뉴스메이커로서 한몫을 톡톡히 했다.

<배트맨 비긴즈>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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